올해 김장 문화가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직접 담가먹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려는 움직임이, 다른 한편으로는 프리미엄 호텔 김치를 선호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공존하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 김치 시장 규모도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해외 수출국도 다변화된 것으로 나타닜다. 

1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지난 10월 김장의향 조사 결과 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소비자의 비중이 68.1%로, 전년(63.3%) 대비 4.8% 증가했다. 주요 이유로는 '가족이 선호하는 입맛 고려'(53.0%)와 '시판 김치보다 원료 신뢰도가 높음'(29.6%)이 꼽혔다. 이는 K-Food 열풍과 요리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김장 규모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4인 가구 기준 배추 김장 규모는 18.5포기로, 전년(19.9포기) 및 평년(21.9포기) 대비 감소했다. 김장 규모 감소의 주요 이유로는 '김장비용 부담'(42.1%), '가정 내 김치 소비량 감소'(29.8%), '시판김치 구매 편리성'(15.2%) 등이 있다.

한편 프리미엄 호텔 김치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조선호텔의 경우 올해 1~7월 김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11월 누계 기준 김치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0% 증가했다. 또한 온라인 판매채널 '조선 테이스트 앤 스타일'을 신설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워커힐 호텔은 수펙스 김치, 워커힐호텔 김치, 밀키트 가정간편식 등을 정기구독 상품으로 판매 중이다. 특히 올해 김치 정기구독 이용률이 전년 대비 141% 증가했으며, 수펙스 김치는 11%, 워커힐호텔 김치는 75% 증가했다. 

롯데호텔도 지난해 8월 김치 사업을 재개한 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배추김치, 갓파김치, 총각김치, 백김치, 동치미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 중이며, 11월 기준 김치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126% 증가했다.

파라다이스 호텔은 지난 9월 말 포기김치를 출시했으며, 첫날 1500개가 완판되었고 이튿날 추가로 준비한 1200개도 모두 판매됐다.

서울드래곤시티는 12월 기준으로 김치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며, 중부식(경기식) 김치로 차별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호텔 김치의 인기 요인으로는 고품질 원료 사용, 차별화된 맛, '스몰 럭셔리' 트렌드, 그리고 김장 수요 감소로 인한 대체 수요 증가 등이 꼽힌다. 특히 호텔들은 국산 최상품 재료와 고급 젓갈을 사용하고, 호텔 셰프의 특제 육수를 활용해 차별화된 맛을 선보이고 있다.

더불어 호텔들은 김치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고 있다. TV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백화점, 대형마트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호텔에서는 김치 정기구독 서비스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는 호텔 김치의 접근성을 높이고,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김치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김치 시장은 약 1조7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으며, 해외 수요도 늘고 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1~10월 김치 수출국은 93개국에 달했으며, 같은해 김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1억5560만달러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장 문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전통을 이어가려는 가정과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공존하면서 시장이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