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 성적서 제출 의무 해제로 비용·통관 시간 크게 줄어
세계 2위 즉석면 소비국가인 인도네시아가 한국산 라면에 대한 수입 규제를 완화하면서 농심·삼양식품·오뚜기 등 국내 라면 제조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최근 한국산 라면 등 즉석면류에 대한 에틸렌옥사이드(EO) 관련 시험·검사성적서 요구 조치를 해제했다. EO는 농산물 등의 훈증제·살균제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미국·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잔류기준 설정을 관리하고 있다.
국제즉석면협회 집계 기준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즉석면 소비량은 145억4000만개로 중국(422억1000만개)에 이어 세계 2위다.
이는 세계 8위 소비국인 한국(40억4000만개)의 3배가 넘는 규모다. 특히 2020년(126억4000만개)과 비교해 소비량이 3년 만에 15.0% 증가할 정도로 성장성이 높은 시장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2021년 8월 유럽연합(EU)에 수출한 한국산 라면에서 EO로부터 생성될 수 있는 비발암성 물질이 검출되자 2022년 10월부터 한국산 라면에 대해 수출시마다 EO 등의 시험·검사성적서 제출을 요구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생산 로트별로 공인기관 시험성적표를 첨부해야 해 발급 기간만 약 2주가 걸렸다"며 "서류 준비와 검사시간, 보관시간으로 인한 비용 발생은 물론 제품 소비기한도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관세청이 집계한 한국산 라면의 인도네시아 수출량은 2022년 3919톤에서 지난해 2181톤으로 44.3% 감소했고 수출액도 1413만달러에서 852만달러로 39.7% 줄었다.
이번 규제 완화로 국내 라면업계는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태세다. 농심은 최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20·30대를 대상으로 '신세이셔널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농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많은 인구와 라면 소비량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 라면의 진출 초기 단계인 만큼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브랜드 앰배서더와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판촉 행사로 신라면 브랜드를 알리고 내년에는 신라면 툼바·똠얌 등 경쟁력 있는 신제품으로 현지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그동안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이슬람 국가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인정하는 KMF할랄 인증을 받아 수출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KMF 인증을 교차 수용하지 않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인도네시아의 공식 할랄 인증기관인 무이(MUI)로부터 삼양라면을 포함한 6종의 라면 제품에 대한 할랄 인증을 추가로 취득할 예정이다.
대상 품목은 삼양라면, 짜장불닭, 4가지치즈불닭, 불닭볶음탕면, 짜짜로니, 김치라면 등이다. 할랄 인증을 받지 못하면 '할랄 인증 제품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부착해야 해 마케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해외법인을 설립했으며 올 3분기 기준 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오뚜기도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에 나선다. 현재 오뚜기의 동남아 매출 규모는 600억원 수준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할랄 인증을 받은 진라면, 치즈라면 등 11개 품목을 주력으로 내년 초 판매를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약 2억8000만명이 거주해 인도·중국·미국에 이은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올해 인도네시아 식품시장 규모를 2502억달러로 예상하며 2029년까지 매년 약 6% 성장을 전망했다. 인도네시아의 2022년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5.3%로 3.7% 성장한 전년 대비 약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현지에선 한류 영향으로 K-푸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지 식품기업 자카라나 따마가 제조·유통하는 라면 브랜드 '아리랑'은 한국어 포장을 사용한 현지 한국식 라면으로 2020년 11월 불고기·사골·카레 등 세 가지 맛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해 2021년부터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대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해당 기업은 최근 다양한 한국 식품을 추가로 출시하기 위해 한국 내 적합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파트너 발굴을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자 2위 라면 소비국으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며 "이번 규제 해제를 계기로 국내 라면업계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