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예금금리 모두 '다운'
은행채 연동 대출금리는 인하 추세
한국은행의 '깜짝' 금리 인하에 시중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물론, 예금금리마저 빠르게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2일부터 적립식 예금상품 2종의 금리를 인하했다.
자동 돈 모으기 서비스 '챌린지박스'의 우대금리를 기존 2.50%에서 2.20%로 0.3%포인트 인하하고, '궁금한 적금' 기본금리도 0.3%포인트 낮췄다.
지난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로 0.25%포인트 내리자, 시중 은행들이 이를 반영해 예금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은행권은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대출금리보다 조정이 자유로운 예금금리부터 내린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19개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2일 기준 최저 2.35% 수준까지 내려갔다. 35개 상품 중 절반인 17개 예금이 기본금리 2%대로 집계됐다.
우대금리 포함, 최고금리 하단은 2.80%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경우,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가 최저 2.50% 수준이다. 이들 은행의 8개 상품 중 5개 예금이 2.50~2.75%를 형성하고 있다. 우대금리 포함 최고금리는 하단이 3.15%로 내려왔다.
대출금리의 경우, 금리 인하 효과를 보려면 은행채 연동 대출금리를 활용해야 할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2일 은행채를 지표로 삼는 고정금리형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19%포인트 내렸다.
KB 든든주택전세자금대출(2년 고정‧3등급 기준) 금리도 3.94~5.34%에서 3.76~5.16%로 0.18%포인트 떨어지고, KB 주택담보대출(혼합형‧고정형) 금리도 4.03~5.43%에서 3.84~5.24%로 0.19%포인트 하향조정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1주 단위로 시장금리(은행채 금리)를 반영하는데, 지난주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지표)는 지난달 22일 4.151~5.651%에서 1주일 뒤인 29일에 3.962~5.462%로 0.189%포인트 낮아졌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상품 금리(은행채 5년물 지표) 역시 같은 기간 4.14~5.45%에서 4.00~5.30%로 하단이 0.14%포인트, 상단이 0.15%포인트 각각 내렸다.
일반 대출금리는 통상 한은의 기준금리나 시장금리를 바탕으로 가산금리가 적용돼 결정되며, 은행의 재량이 많이 반영되는 편이다.
은행채를 지표로 삼는 대출금리의 경우, 은행채 금리를 기준으로 삼고 여기에 가산금리가 적용하는 점은 일반 대출금리와 유사하나, 은행채 금리가 국고채 금리처럼 시장의 금리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해 비교적 투명성이 높고 시장 금리 변동에 따라 자동 조정되는 특징을 보인다.
다만 은행들은 올해 안에 가산금리를 낮추는 데 난색을 보여 높은 대출금리로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융채 금리가 거의 기준금리 인하 폭(0.25%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금융채 금리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산금리까지 더 낮춰 전체적으로 대출금리 수준이 너무 낮아지면 특정 은행으로 대출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시장금리가 낮아지는데 가산금리까지 축소하면 사실상 가계대출 관리 수단이 없어지는 셈"이라며 "최소 연말까지는 가산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한은행 등 일부 은행은 한은의 연속 기준금리 인하 이후 내부적으로 가산금리 조정 등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 금리의 경우 당분간 현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약 석달에 걸쳐 은행들이 이미 수 차례 낮춰 수신(예금) 금리를 낮춰 온 만큼, 이번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이유로 다시 곧바로 인하를 발표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