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반격에 MBK·영풍 공개매수 기한 연장···법정 공방도 진행 중
MBK·영풍, 적대적 이사회 리스크 부각…고려아연도 재무 리스크 확대 우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돌입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본격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서면서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도 추가적으로 대응책을 내놓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5명의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의 임기 만료 혹은 그 이후까지도 분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되면서 자사주를 매입해야할 고려아연에 재무적인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또한 MBK·영풍 측이 이기더라도 최 회장 친화적 성향의 이사회를 탈바꿈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리스크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지난 4일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MBK·영풍 측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기간이 오는 14일로 연장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4일 공개매수 기한 마감일에 MBK·영풍 측은 기존 75만원이었던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으로 한 차례 더 상향 조정했다. 동시에 공개매수 청약 주식이 일정 물량을 초과해야 매수하겠다던 기존 조건을 삭제했다.
이는 이날 시작된 최 회장 측 반격과 동일하게 가격과 조건을 설정한 것이다. 앞서 최 회장 측도 4일부터 고려아연 전체 발행주식수의 15.5%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주당 83만원에 매입하는 대항 공개매수를 발표했다.
또 최 회장 측은 최소 매수 수량은 121만5283주(5.87%)로 설정하고 미달하는 경우 취득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으나 대항 공개매수 시작 직전 최소 조건 없이 모든 주식을 베인캐피탈과 분배해 매수하겠다고 정정했다.
현재 양측의 공개매수 가격과 조건이 동일하지만 종료 기한이 달라 또다시 가격의 상향 조정과 기한의 연장이 발생할 수 있다. MBK·영풍 측이 14일 먼저 기한이 마감되나 당일 상황에 따라서 다시 가격을 상향 조정하면서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이달 23일 마감일인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도 또 다시 가격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
더불어 양측은 법정 다툼도 벌이고 있다. 영풍은 지난 2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하는 동시에 자사주 매입에 찬성한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을 형사 고소했다.
MBK·영풍 측에서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배임에 해당한다며 지속적으로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을 지지하는 영풍정밀도 MBK와 영풍의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점을 감안하면 양측 모두 배임에 대한 법정공방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양측의 다툼이 내년 3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내년 3월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 13명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을 대신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것이 공개매수 만큼이나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더불어 최 회장 측이 승리한다면 재무적 리스크로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매입 등을 위해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단기차입금 3조1000억원 조달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1조4107억원에 불과했던 차입금 규모가 4조5000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만약 고려아연이 2조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성공한 이후 약속처럼 100% 이를 소각한다면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36.5%에서 94.4%로 치솟는다.
단기차입금의 급증으로 금융(이자)비용도 크게 늘어나 수익성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98억원 수준이었던 고려아연의 금융비용은 최근 7% 고금리 회사채 등을 발행한 결과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5334억원에서 올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쟁이 본격화되기 직전 고려아연의 평균 주가는 49만원 수준이었는데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공개매수 가격이 83만원까지 올랐다"며 "현재 합계 5조원이 넘는 자금이 맞붙는 상황에서 공개매수 가격이 추가로 상향 조정되거나 기간이 길어진다면 결국 승자의 저주에 빠져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