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광고 카피다. 자연스럽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과 짭조름하고 고소한 스팸의 맛을 떠올리게 된다.
한국전쟁 때 미군을 통해 전해진 '스팸'은 이제 찌개, 쌀밥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식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스팸은 가공식품 명절 선물세트로 수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미군 전투식량서 대한민국 대표 밥반찬으로
미국의 육가공업체 호멜이 1937년 처음 출시한 스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전투식량으로 채택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전쟁 때 미군을 통해 처음 스팸을 접했다. 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먹거리 자체를 구하기 힘들었던 당시 스팸은 부유층이나 미군부대와 연줄이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스팸이 대중화된 것은 CJ제일제당이 1986년 호멜과 기술제휴를 맺고 1987년 스팸 생산을 시작하면서부터다.
1980년대 스팸이 출시되기 전에는 국내 캔 제품시장은 당시 제일제당의 '런천미트'와 '치즈햄', 롯데햄·롯데우유의 '로스팜'과 '장조림햄' 등 4개 제품이 전체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캔 제품은 일반 상품에 비해 고가이기는 했지만 휴대와 사용이 간편하고 보존기간이 길다는 장점 때문에 수요가 꾸준히 늘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을 고비로 성장세가 차츰 둔화하는 추세였다.
다만 특이하게도 스팸과 외형이 같은 런천미트 사각햄만은 캔 제품 중 40% 이상을 점유하며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제일제당은 이 점에 주목했다. 사각 캔햄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를 보고 성장 가능성을 예측했다. 스팸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스팸은 출시 첫해에만 500톤이 팔렸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던 비슷한 제품인 런천미트나 로스팜 등을 제치고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섰다.
특히 2002년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광고 문구를 쓰며 스팸이 '밥반찬'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식생활에 간편화,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육류 소비량이 급증한 점도 한몫했다.
◇밥반찬에서 고급 선물세트로…독보적 1위 '스팸'
스팸은 1990년대부터 명절시즌 고급스러운 선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의 급성장과 맞물려 실용 선물세트를 마트에서 사는 것이 보편화되면서다.
스팸은 식용유, 참기름 등과 함께 대표 가공식품 선물세트로 자리잡았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실속형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 인식이 더해진 스팸 선물세트의 매출은 두드러진 성장세를 이어갔다. 연 매출 60%가 선물세트시즌에 발생할 정도다.
시장점유율은 2017년부터 50%를 넘어서며 독보적인 1위에 올라섰으며,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19억개(200g 환산 기준)를 돌파했다.
◇스테디셀러 브랜드 '스팸', 젊은 소비자 공략
스팸은 식문화 트렌드를 반영해 제품 개발과 마케팅 활동을 지속했다.
2002년 '따끈한 밥에 스팸 한조각'이라는 광고 카피를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제품 자체 특장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2000년대 후반부터는 문화마케팅, 아웃도어마케팅, 스타마케팅 등을 펼쳤다. 주요 구매층인 30·40대에서 10·20대로 소비층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2019년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맛 트렌드를 반영한 '스팸 리치치즈', '스팸 핫&스파이시' 등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또 10∼2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책의 일러스트를 '스팸' 제품에 디자인한 한정판을 선보이는가 하면, SNS에 Z세대의 관심을 이끄는 페이크 굿즈 콘텐츠를 제작했다.
지난해에는 저염 선호 트렌드에 맞춰 나트륨 함량을 100g당 510㎎으로 낮춘 '스팸 25% 라이트'를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절대맛 스팸' 브랜드 광고 기획전 등 각종 마케팅 활동을 통해 일상에서 '스팸'의 다양한 요리법을 알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고단백·저칼로리 트렌드에 맞춰 지난해 '스팸 닭가슴살'을 출시했으며 5월에는 슬라이스 형태로 담아 편의성을 높인 '스팸 싱글 닭가슴살'을 출시한 바 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