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관리회계의 공통점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두 분야를 관통하는 흐름이 있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틀만 지키면 나머지는 자유로운 변주가 가능한 '애드립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재즈는 주어진 화성 코드 진행 안에서 연주자가 자유로운 즉흥연주를 할 수 있고, 관리회계는 중요한 틀이 되는 예산관리에서 과거의 실적뿐만 아니라 미래의 계획을 다룰 수 있게 해 경영자가 자유롭게 조립할 틈을 준다.
다나카 야스히로가 쓴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는 전문적인 회계 지식을 얻으려고 책을 펼친 독자라면 당황하게 만든다. 공증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혼외자란 이유로 공증인이 되지 못하고 화가가 된 스토리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중세 이탈리아 은행과 메디치 가문의 금융 네트워크, 17세기 네덜란드의 해상 무역과 황금시대, 증기기관과 철도의 등장 등 본격적인 역사 스토리들이 펼쳐진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회계 역사의 변곡점이 된 지점을 역사적 맥락과 함께 드러낸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해상무역에서 무연고 주주가 등장하게 됐다거나 철도회사에서 감가상각이 처음 도입됐다는 점은 회계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일반 역사서 애독자들도 관심있게 읽어볼 만한 내용이다.
비틀즈의 저작권에 얽힌 회계적 사고 에피소드도 눈에 띈다.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이 노래의 저작권을 회사에 양도한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사인을 했는데, 존 레논 사후 저작권을 찾아올 기회가 생겼을 때 폴 매카트니는 오노 요코와 논의를 했다고 한다. 이때 오노 요코는 지불할 금액이 너무 많다며 금액을 깎다가 협상이 결렬됐고 결국 몇 년 후 마이클 잭슨이 저작권을 구입하게 됐다.
저자는 오노 요코의 사고는 들여야 할 '비용'에 방점을 뒀고 마이클 잭슨은 비용이 가져다 줄 '리턴'(수익)에 초점을 뒀다며 이는 회계적 사고에서 중요한 차이를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오랫동안 회계는 '비용'에 주목하고 이를 기록 대상으로 삼아왔지만 최근 추세는 '기업가치'를 위시해 '리턴'에 주목하는 새로운 파이낸스 분야가 등장했다.
이는 기존 공업화사회에서는 자산으로 잡히지 않았지만 정보화사회에 접어든 지금에는 '숨겨진 자산'이 되어 회사에 프리미엄을 줄 수 있는 소중한 요소가 된다.
역사 속에 흐르는 회계의 탄생과 성장, 최신 모습의 핵심 포인트를 알고 싶다면 읽기 좋은 책이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