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예대마진' 두고 환수·공시 강화 등 압박 심화
은행권 "과도한 규제…총선 앞두고 정치적 이유 의심"
은행업계를 향한 정치권의 규제 공세가 세지고 있다. 최근 금융권 종사자들이 높은 성과급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명 '돈잔치'를 막아보겠다는 게 정치권이 내건 명분이다.
3일 국회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업계의 '예대금리차'와 '이자수익'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먼저 무소속 양정숙 의원(정무위)은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매년 최소 두 차례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라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시장에서 정해지는 은행의 금리를 당국이 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양 의원 측은 "가계빚이 1870조원을 웃돌면서 대출을 받은 국민들이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동안 국내 8개 은행의 이자이익은 작년 기준 53조원이나 된다"며 "이런 수익을 기반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불공정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행안위)도 은행권의 예대마진 수익을 금융위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은 "국민과 기업의 대출부담이 매우 큰 상황에서 은행 직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해 불공정하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의 이채익 의원(행안위)은 은행이 고정금리를 갑자기 인상하는 것을 방지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내놨다.
현재 여신거래기본약관에 따라 은행은 고정금리로 신용공여를 부여한 경우라도 국가 경제의 급격한 변동 등 예상치 못한 사정 변경이 생기면 금리를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은행이 판단하지 말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은행의 목적 자체를 '공공성'으로 못박자는 법안 개정 시도도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고 발언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개정안 발의에 앞장섰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정무위)은 은행법 제1조를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추구하고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바꾸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은행의 '공공성'을 명백히 하는 내용이다.
은행의 예대마진 수익 일부를 국가가 세금으로 걷어가자는 내용의 법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른바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기재위)은 법인세법 개정을 통해 시중은행 초과이득분에 대해 50% 세율의 법인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도 은행이 초과이익을 내면 초과이득세를 부과하자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을 겨냥하는 게 순수한 목적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수익은 한국은행 등이 기준금리를 통해 국가 경제를 움직이다 보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는 것인데, 이를 억지로 통제하면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은행에 돈이 쌓인다고 이를 무조건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것은 문제"라고 짚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정권 초기에는 금융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 경쟁력을 키워주겠다고 했지만 과도한 금리 개입 등으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시장원리를 무시한 포퓰리즘적인 생각으로 은행을 때리는 것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