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부동산시장 악화 '삼중고'
코로나 특수로 모처럼 살아나던 가전양판업체들의 실적이 다시 내리막이다. 물가 인상과 그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시중에 돈이 마르기 시작하자 그 영향을 받는 탓이다. 여기에 채권시장도 경색되고 부동산 경기 악화도 가속되면서 '가전'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3분기 기준 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전자전환 중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6억86만원에 그치면서 전년보다 9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738억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3702억9500만원으로 집계됐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코로나 특수 기간 가전시장이 호황을 누렸지만 이제 호황의 역기저 효과에 따른 수요 감소가 실적 부진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당기순손실은 최근 업황과는 무관하지만 롯데하이마트 입장에서 수익성 회복의 걸림돌이다.
롯데하이마트의 이번 당기순손실은 과거 합병에 따른 대규모 영업권(3428억원)과 자산 손상(370억원)을 반영한 결과다. 영업권은 인수·합병(M&A) 시 피인수회사를 공정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인수했을 때 발생한다. 롯데하이마트는 과거 유진기업에서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영업권이 발생했다.
그동안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126억원의 손상을 반영했다. 이번 3분기 손상 인식 이후에도 9279억원 규모의 영업권 잔액이 남아있다.
전자랜드도 상황이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영업적자를 낸 가운데 올해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리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이처럼 가전양판업계가 침체에 빠지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지목되고 있다.
우선 온라인 시장의 경쟁업체 침투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전제품은 온라인 구매비중은 타 품목 대비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각자 전속 판매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경쟁강도도 심화되고 있다.
이에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도 자체 온라인몰 확대와 오프라인 점포 포맷 다변화를 통해 온라인 침투에 대응하고 있지만 점포 리뉴얼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민유성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채산성이 낮은 온라인 부문 매출비중 확대가 수익성 저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가전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이 수익성 회복의 가장 큰 난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소비 감소폭이 가장 큰 품목은 가전제품(-4.1%), 통신기기 및 컴퓨터(-4.9%), 화장품(-8.6%) 등의 순이다.
가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이유는 우선 소비자들의 지갑사정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가전에 지출할 여유가 크게 줄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도 가전양판점의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주택 구입이 어렵다보니 가전 교체 수요가 크게 줄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실제 가전제품의 가격도 크게 떨어지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를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의 프리미엄 TV 모델별 판매가격(65형 기준)이 6개월 전 대비 평균 800달러(약 115만원)가량 하락했다.
여기에 최근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10.29 참사로 유통업계가 준비하던 각종 소비 촉진 행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면서 4분기 전망마저도 어렵게 하고 있다.
민 연구원은 "올해 롯데하이마트의 이익창출력 저하추세가 심화하며 신용도 하방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전망과 가전제품 시장 경쟁강도 심화, 온라인 침투 확대에 대한 대응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여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