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부산은행 / 사진=연합뉴스
BNK부산은행 / 사진=연합뉴스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이 중도 하차하면서 정치권의 입김이 거세지고 동시에 '낙하산'이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장악하는 것 아니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이 자녀 관련 의혹으로 자진사퇴했지만 사실상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모양새기 때문이다.

7일 김 회장은 공식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히고 물러났다. 내년 3월 말까지 5개월 정도 임기가 남았지만 스스로 내려온 것이다.

2017년 9월 취임한 김 회장은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하면서 2020년 연임에 성공했다. 김 회장은 캐피탈과 증권사, 저축은행 등 비은행부문의 실적을 끌어올리면서 BNK금융을 투자전문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 취임 이후 그룹 순이익도 꾸준히 성장했다.

양호한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자리를 내놓은 것은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문제 제기 이후 김 회장이 물러나기까지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지난달 11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자녀 관련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김 회장의 아들이 A 증권사에 입사한 뒤 A 증권사의 BNK 계열사 채권 인수 물량이 급격히 늘었다는 내용이다.

강 의원은 BNK금융지주가 김 회장 취임 이후 지주 CEO 후보군을 지주 사내이사와 자회사 CEO 등 내부 인물로만 제한하도록 경영승계 계획을 변경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이 임명한 계열사 대표만 지주 회장이 될 수 있게 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강 의원은 금감원의 철저한 검사도 촉구했다.

금감원은 일주일 뒤인 지난달 18일 BNK금융지주와 BNK캐피탈, BNK자산운용 등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이런 와중에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4일 외부 인사도 지주 회장이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경영승계 규정을 수정했다.

김 회장이 밀려난 데 더해 경영승계 규정까지 바뀌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새로운 회장은 '낙하산'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경실련은 승계 규정을 바꾼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내부 승계 계획에 관해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다가 미묘한 시기에 폐쇄성을 언급하는 것은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사회가 규정을 바꾼다면 또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BNK금융지주 이사회가 규정을 손질한 직후부터 여러 명의 외부 인사가 하마평에 올랐다는 점도 이런 시각에 무게를 싣는다.

금융권에서 걱정하는 것은 BNK금융 회장을 시작으로 금융권 전반에 펼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정권에서 이명박 정부 시설 금융권 '4대 천왕'이 재현될 수 있는데 현실화 여부는 올해 연말~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지주 회장의 거취가 어떻게 되는지에 달려있다고 봤다. 한 명이라도 정치권의 압박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친 정부 인사가 채운다면 나머지 금융그룹도 같은 흐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아직 차기 BNK금융 차기 회장 후보가 추려지지 않았으니 정치권의 낙하산 투하가 시작됐다고 보기는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정황은 금융권이 우려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전보규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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