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기술적 침체'
전미경제연구소(NBER) 공식 경기침체 판정 촉각
미국 경제가 지난 1~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경기침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정책 실패' 낙인을 우려해 침체를 부정하고 있지만,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 '기술적 경기침체'(technical recession)로 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기술적 경기침체'...진짜냐, 아니냐
미국 상무부는 28일(현지시간) 지난 2분기 실질 성장률이 -0.9%(전분기대비 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 경제는 1분기(-1.6%)에 이어 2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오후 2분기 성장률 쇼크로 고조된 침체 우려를 일축하고 나섰다. 그는 회견에서 "성장세에 큰 둔화를 목격하고 있다"면서도 침체는 경제가 광범위하게 약해지는 것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옐런은 특히 지난 2분기에 고용이 110만명 늘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과거 침체 첫 분기에 평균 24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반발했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민주당이 우리를 경기침체에 처넣었다"며 "민주당이 '바이든 리세션'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카를로스 기메네즈 하원의원도 "바이든과 그를 추종하는 언론인들이 모호하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미국이 경기침체 상태라는 사실을 피할 수는 없다"고 거들었다.
◇공식 경기침체 인증은 NBER 몫
양쪽 주장은 둘 다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말이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술적 침체의 정의를 충족하지만, 미국에서 경기침체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전미경제연구소(NBER) 경기순환판정위원회(Business Cycle Dating Committee)의 몫이기 때문이다.
NBER는 다양한 경제지표를 근거로 경기가 고점(peak)에서 저점(trough)으로 향하는 기간을 경기침체로 본다. NBER가 정의한 경기침체는 '경제 전반으로 번져 몇 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제활동의 현저한 위축'이다.
NBER는 8명의 유력학자로 구성된 경기순환판정위원회의 협의로 경기침체 여부를 결정한다. 로버트 홀 스탠퍼드대 교수가 이끄는 위원회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크리스티나 로머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교수와 그 배우자로 같은 학교에 있는 데이비드 로머 교수 등이 속해 있다.
위원회는 개인소득과 개인소비지출, 비농업 부문 고용자수, 광공업 생산 등 다양한 지표를 근거로 경기 흐름을 판단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주목하는 게 고용지표다. 옐런 장관이 이날 고용실적을 유독 강조한 이유다.
◇공식 침체 선언 언제...'평균 7개월'
초점은 경기침체를 사후적으로 판정하는 NBER가 언제 결론을 내릴 것이냐다. NBER는 미국의 팬데믹발 침체가 2020년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지속됐다고 판단했는데, 이 판정은 4개월 만에 공표됐다. 2007년 12월부터 리먼브라더스 사태(2008년 9월)를 거치며 2009년 6월 끝났다고 본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경기침체 판정이 나오는 데는 무려 12개월이 걸렸다. 1980년 이후 6번의 경기침체는 평균 7개월 만에 공식 판정을 받았다.
또 하나 주목할 건 1949년 이후 미국에서 10차례 일어난 기술적 경기침체가 나중에 모두 공식 침체로 인정됐다는 점이다. NBER가 이번 기술적 침체를 공식 침체로 판정하지 않으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첫 사례가 된다.
반대로 NBER는 1960년과 2001년의 경우,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없었는데도 경기침체 판정을 내렸다.
NBER가 이번 기술적 침체 구간을 11월 중간선거 전에 '진짜 침체'로 인정하면 바이든 정부는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 그만큼 NBER의 숙고도 길어지기 쉬워 경기침체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