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공동 대표 전망…"실질금리 감안해 옥석 가리기"
전 세계 금융시장이 저금리와 값싼 회사채로 정의됐던 지난 15년을 마무리하고 펀더멘털의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했다고 모건스탠리의 테드 픽 공동 대표가 진단했다.
6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픽 대표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금융 콘퍼런스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경제 환경의 전환기가 12, 18, 24개월 안에 확실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은) 매우 이례적 순간"이라며 "100년 넘게 만에 처음으로 팬데믹이 발생했고 75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전 세계에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이 발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전쟁, 인플레이션이 모두 합쳐 교차됐다는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 다시 말해서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의 15년이 끝나고 다음 시대가 온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금융업악은 '금리억압'(rate repression)이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정부나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개입해 시장을 억압하고 왜곡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최근 팬데믹 사태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재정·통화부양 공세를 취한 게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풀린 천문학적인 자금은 자산거품을 일으키며 시장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픽 대표는 앞으로 시장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불'과 침체(리세션)이라는 '얼음'의 두 가지 우려가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러한 시대는 온도차가 극에 달할 것"이라며 "어느 부문의 어느 시기에는 매우 뜨겁게 느껴지겠지만 다른 부문의 어느 시기에는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질 것이다. 투자 고객들은 이러한 극단적 온도차 속에서 앞으로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 관점에서 올 하반기 성장세는 유지되고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으면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골디락스' 상황이 시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픽 대표의 전망이다.
다만 그는 인플레이션과 침체 우려가 서로 밀고 당기며 하루 아침에 금융억압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지난 15년의 금융억압이 당장 3개월 혹은 6개월 안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12, 18, 24개월 동안 이러한 담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패러다임 전환이 순탄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앞서 양적긴축(QT)을 시도했던 2018년 주식부터 환율, 원유시장은 긴축에 거의 '발작'했다. 결국 연준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성장 둔화에 밀려 긴축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신용 거품이 일어난 현재의 금융시스템에서는 특히 '블랙스완'급 이벤트가 발생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픽 대표는 지금 같은 전환기에도 새로운 비즈니스 사이클이 출현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실질금리와 실질 자본비용을 감안하면 이기는 기업과 지는 기업, 상승하는 종목과 하락하는 종목은 확실하게 차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