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주택 매물 / 사진=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주택 매물 /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이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2008년과 같은 부동산발 위기가 닥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경기둔화는 피할 수 없지만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30년 고정금리 기준 모기지 금리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5%대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5월 3%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모기지 금리와 주택시장 심리를 보여주는 주택시장지수가 뚜렷한 역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미국 주택시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런 우려는 최근 주택매매 현황에 반영되고 있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및 신규 주택매매가 최근 급감하면서 쇼크를 기록했고 주택매매 지표를 선행하는 미결주택매매 또한 마이너스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매물 수 자체는 아직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이지만 높은 주택가격과 모기지 금리에 점차 주택구매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택 판매자들의 가격 인하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매도호가를 내린 주택비율이 10.5%로 전년 동월 6.2%보다 높아졌다는 점에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진단이다. 류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들의 주택가격 상승률 기대치가 지난 1월 3.2%로 정점을 찍고 지난 4월 1.6%까지 떨어졌다는 점도 이런 전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아울러 다른 나라에서 기준금리 인상 후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이고 있는 만큼 미국도 금리인상에 따른 주택시장 경기둔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10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 0.25%였던 금리를 2%까지 높였다. 주택가격 상승폭은 작년 5월 21%, 11월 23%에서 올해 4월 8.8%로 낮아졌다. 영국은 작년 12월 0.1%였던 기준금리를 현재 1%로 인상했고 올해 3월 14%였던 주택가격 상승률이 현재 11%로 떨어졌다.

다만 주택공급 감소와 낮은 주택보유비율 등을 볼 때 가격이 폭락하고 2008년 금융위기 같은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류 연구원은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가계 이자 부담이 늘면서 수요가 어느 정도 제한되겠지만 현재 가계가 부담하는 이자 규모는 2008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며 "여전히 미국 내 주택보유비율은 낮고 재고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 주택가격 급락시 저가 매수가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이 최소 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달 양적긴축(QT)이 시작된 데다 연준 위원들이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매각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모기지 금리 상승 압력이 시작되겠지만 모기지 금리는 5% 중반대를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몇 차례 빅스텝(광폭 금리인상)이 예정돼 있고 양적긴축 규모도 과거보다 큰 점을 감안하면 MBS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이유다.

류 연구원은 "미국 주택시장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아직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보규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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