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디지털플랫폼 금지사항 담은 '디지털시장법안' 10월 시행 전망
유럽연합(EU)이 메타플랫폼스(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 IT(정보기술) 대기업(빅테크)들에 대한 포괄적인 사전 규제에 합의했다. 이들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은 성장 속도가 빨라 시장 독점이 생기기 쉬운 만큼 사후 규제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관련 법안은 빠르면 오는 10월 시행될 전망이다. 제 효과를 내면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지형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10월 시행 전망 DMA...'게이트키퍼' 단속
2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전날 '디지털시장법안'(DMA·Digital Markets Act)에 합의했다. CNBC는 인터넷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의 시장권력을 제한하는 게 법안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은 규제 대상으로 삼는 거대 디지털플랫폼 기업들을 이른바 '게이트키퍼'(gatekeeper·문지기)라고 규정했다. 기업 규모는 시가총액이 750억유로(약 830억달러) 이상이거나, 최근 3년 EU 역내 연매출이 75억유로 이상인 경우다. 또 EU 내 월간 이용자가 최소 4500만명 또는 기업고객이 1만개 이상이면 해당한다.
현지 언론들은 메타플랫폼스와 애플 외에 아마존, 알파벳 산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물론 호텔 예약 플랫폼 부킹닷컴,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도 대상이 될 것으로 봤다.
EU 반독점정책 책임자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부위원장은 DMA를 은행, 에너지, 통신 부문에서 추진된 역사적인 반독점 개혁에 빚댔다. 그러면서 그는 "공평한 경쟁 조건은 민주주의의 일부"라며 "DMA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기업에 게임의 법칙을 정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스타게르는 법안이 오는 10월께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상호운용성'이 핵심...누적 위반시 기업해체도
DMA의 목표는 기술 대기업들이 우월한 시장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드는 걸 막는 것이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앱을 함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DMA의 주요 규제 가운데 핵심이다. 이른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애플의 '아이메시지'와 메타플랫폼스의 '페이스북'이나 '와츠앱'은 물론 다른 군소 메신저앱도 서로 메시지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스마트폰 등을 통해 특정 앱을 초기 설정해 강요하거나 앱 서비스 비용을 자사 결제시스템을 통해서만 지불할 수 있게 하는(인앱결제) 등의 행위도 금지된다. 또한 구독형 서비스는 해지도 신청처럼 절차가 간단해야 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출점 사업자가 해당 사이트 밖에서 고객과 직접 연락하는 것을 막으면 안 된다.
일련의 규제를 위반하면 글로벌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위반이 반복되면 벌금이 최대 20%로 늘어날 수 있다. 메타플랫폼스라면 최대 230억달러(약 28조원)의 벌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
8년 안에 위반 사례가 세 차례 이상 누적되면 강도 높은 시장 조사를 받게 된다. EU 경쟁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행동·구조 개선에도 나서게 되는데, 해당 조치에는 기업 해체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CNBC는 지적했다.
◇사후개입서 사전규제로...기업들은 반발
전문가들은 EU가 거대 디지털플랫폼 기업들을 상대로 금지사항을 미리 열거하는 사전 규제에 나섰다는 게 DMA의 의의라고 평가한다. 그동안 각국의 반독점 규제는 문제가 발생하면 조사한 뒤 제재하는 사후약방문 식이었다. 더욱이 경쟁당국과 기업의 갈등은 지난한 소송으로 번지기 일쑤였다.
EU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거대 IT기업들을 상대로 한 사전 규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발 빠르게 움직이기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경제의 성장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사후 개입으로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일련의 사전 규제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두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디지털경제를 이미 장악한 기업들의 반발이 워낙 심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EU의 새 규제 행보가 고객들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에 불필요한 취약점을 만들고, 지식재산권에 대한 권리행사를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구글은 DMA의 일부 규정이 혁신을 막고 유럽인들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