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이 거둬들인 이자수익은 32조2643억원으로 32조원을 훌쩍 넘는다. 28조905억원이었던 전년보다 무려 14.86% 늘어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와 가계부채 총량 규제 상황에서도 대출은 계속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대금리차가 점점 벌어졌기 때문이다. 예대금리차는 1.81%포인트로 전년의 1.78%포인트보다 0.03%포인트 확대됐고, 같은 기간 순이자마진(NIM)도 1.42%에서 1.45%로 높아졌다.
금리상승기로 접어든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상승할 때 대부분 변동금리 상품인 기업·가계 대출금리는 단번에 올렸다. 하지만 정기예금이나 적금금리는 대부분 약정기간 내에 고정돼 있어 신규가입부터 찔끔 반영하다보니 차이가 점점 커졌다.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했는데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를 따라가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금융권이 폭리를 챙긴다는 비판도 있다. 한편으로는 장기불황에 따른 부실채권 충당금 등을 고려한 종합 이익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금융권 공약으로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도입'을 내세웠다. 현행보다 더 자주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게 해 가산금리 산정의 적정성과 담합요소를 점검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시장가격에 관여하려는 게 아니라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 차원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민간기업의 영업원가라고 할 수 있는 가산금리를 건드리겠다는 것인지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규제산업인 금융업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은 반드시 필요하다. 금융회사도 상품개발, 시스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소비자 권익증진을 위해 재투자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다만 가산금리의 기준이 되는 업무원가, 리스크, 유동성 프리미엄, 목표이익률 등을 정하는 것은 금융회사 고유의 경쟁력이다.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반시장적 규제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따져봐야 한다.
금리는 정부가 나서서 정할 게 아니라 대출수요와 유동성 등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자율성의 원리에 의해서 조율되는 게 공정하고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아직 시간은 있다. 정부가 개입한 관치가 과연 목적한 결과를 가져 올지, 현 정권의 규제를 위한 규제의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부동산 정책에서 배워야 한다. 28번의 정책 변경을 통해 잡아 보려고 했던 부동산시장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시장은 경제를 조정해 주는 수단이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는 이렇게 경제에 대한 혜안을 짚었다.
"경제는 마치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 같고 밤낮으로 멈추는 일이 없다.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모여들고 억지로 구하지 않아도 백성들이 스스로 물품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어찌 도(道)에 부합되지 않는가."
/탁용원 더와이즈컴 대표. 전 OK금융그룹 본부장, 아주캐피탈·교보생명 근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