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긴축 따른 통화강세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 기대
월가선 "이미 역환율전쟁 중"...통화긴축 거세질 수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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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환율전쟁(currency war)이 한창이다."

2010년 9월 귀도 만테가 당시 브라질 재무장관이 상파울로에서 산업계 대표들을 만나 한 말이다.

만테가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을 비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느라 취한 통화완화정책이 달러와 유로 등 선진국 통화 가치를 낮춰 브라질 헤알과 같은 신흥국 통화가 강세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통화 강세는 수출에 불리하기 때문에 각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경쟁, 이른바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당시에는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대만 같은 주요 수출국들 사이에서 자국 화폐 가치를 낮추기 위한 시장 개입이 흔했다. 만테가의 발언은 주요국 관리 가운데 처음으로 수면 아래 있던 환율전쟁의 실체를 폭로한 것으로 환율전쟁의 확전을 부추겼다.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돈을 풀고 수출을 늘려 경기회복세를 키우는 게 급선무였다.

다만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자국 화폐 가치를 낮추면 상대국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일방적인 평가절하는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통화긴축→화폐가치 상승→수입물가 하락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 10여년 전에는 경기부양에 아무리 힘써도 인플레이션이 살아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문제다. 미국에서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을 정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긴축 공세를 벼르고 있는 이유다.

주목할 건 통화긴축이 통화부양과 반대로 해당국 화폐 가치를 높인다는 점이다. 통화 가치가 상승하면 수출품 가격이 올라 수출에 불리하지만, 수입품 가격은 내린다. 당국 입장에서는 통화 가치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통화긴축으로 통화 가치를 높이는 게 인플레이션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내수 비중이 높을 수록 환율 효과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토머스 조던 스위스 중앙은행(SNB) 총재는 지난해 12월 스위스프랑화의 강세가 수년간 경제에 충격을 줬지만, 적어도 유로존과 미국에서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피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5.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스위스의 물가상승률은 1.6%에 불과하다.

중국도 위안화 강세 덕분에 원자재 가격 상승 충격을 상쇄할 수 있었고, 인민은행이 금리인하 등 통화완화 여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다.

스위스프랑/달러(달러당 스위스프랑, 빨강·오른쪽), 달러/유로(유로당 달러) 환율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스위스프랑/달러(달러당 스위스프랑, 빨강·오른쪽), 달러/유로(유로당 달러) 환율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스위스(파랑, 왼쪽)·유로존 물가상승률 추이(전년동기대비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스위스(파랑, 왼쪽)·유로존 물가상승률 추이(전년동기대비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월가선 "'逆환율전쟁' 이미 진행 중"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SHOK' 모델 분석 결과에 따르면 무역가중 기준 달러값이 올해 2분기에 10% 오르면, 물가상승률이 3~4분기에 약 0.4%포인트 하락한다. 같은 기간 유로화값이 달러만큼 뛰면 유로존 물가상승률 하락폭은 조금 더 커진다.

블룸버그는 19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이 인플레이션 억제책으로 최근의 통화 가치 상승을 반기지 않았지만, 미국 월가에서는 이미 '역환율전쟁'(reverse currency war)이 한창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 콜 골드만삭스 유럽금리전략 책임자는 "통화 가치 상승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큰 변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같은 통화긴축기에는 주요 10개국(G10) 중앙은행 가운데 강한 통화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곳이 늘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동료와 함께 낸 최신 보고서에서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통화긴축에 나설 것이라며,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도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대응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화 가치 상승 유도 경쟁, 역환율전쟁이 거세질 수 있다는 말이다.

골드만삭스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무역가중 기준 자국 통화 가치를 1%포인트 높이려면 금리를 평균 0.10%포인트가량 높여야 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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