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BOE '매파' 움직임이 다시 투매 자극..."금리 정상화 호재" 지적도
글로벌 채권시장에 또다시 투매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뒤에 잦아들면서 다소 약해지는 듯 했던 투매 압력이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움직임에 되살아나고 있다.
◇日국채 5년물 금리 6년 만에 '플러스'
블룸버그는 4일 플러스(+)로 돌아선 5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에 주목했다. 5년물 금리가 플러스가 된 건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춘 201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 기준금리는 지난 6년간 -0.1%로 유지되고 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투매 압력이 커지면 금리 오름세가 가파라진다.
BOJ는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자산매입)를 지속하며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로 묶어두려 하지만, 10년물 금리도 이날 역시 2016년 1월 이후 최고인 0.2%까지 올랐다.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도 최근 2년 8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간밤 다시 오름세로 1.85%까지 올랐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마이너스인 채권 물량이 하루 만에 20% 급감했다며, 하루 감소폭으로는 역대 최대라고 지적했다. 2020년 말 18조달러를 훌쩍 넘어 정점을 찍었던 마이너스 채권 물량이 6조달러를 소폭 웃도는 수준까지 줄었다. 1년여 만에 3분의 1로 쪼그라든 셈이다.
◇BOE 추가 금리인상, ECB도 연내 인상 시사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이 간밤 통화정책회의에서 보인 통화긴축 움직임이 채권시장의 투매를 부채질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회의 뒤에 한 회견에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BOE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팬데믹 사태 이후 두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BOE는 다음달부터 양적완화로 불린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QT)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블룸버그는 BOE가 1997년 이후 가장 빠른 통화긴축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밀러 GSFM 투자고문은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봤던 중앙은행들이 만회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들은 극적인 통화부양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했고, 채권시장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밀러는 채권 금리가 아직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는 만큼 올해 내내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니얼 모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이날 쓴 칼럼에서 중앙은행들이 군비경쟁을 하듯 금리인상에 나설 태세라며, 금리인상 여부보다는 금리를 얼마나 빨리, 또 언제부터 올릴지가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상화는 호재...연준 불확실성 우려도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이 세계 경제의 성장세를 둔화할 수 있다며,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9%에서 4.4%로 낮춰 잡았다.
셰인 올리버 AMP캐피털인베스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이르고 빠른 통화긴축은 경제 성장세를 제한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를 두고 전전긍긍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은 다만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끝나는 건 궁극적으로 경제에 순풍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마이너스 금리에서 비롯된 예금금리, 자본배분, 신용리스크 평가 등의 왜곡이 해소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음달 15~16일 열리는 FOMC를 앞두고 연준의 통화긴축을 둘러싼 우려가 다시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달 팬데믹 사태 이후 첫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본다.
릭 라이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앞으로 두 달간 인플레이션 수준이 더 높아지면서 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