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액 100억달러 이상 '데카콘' 올해 두 배 늘어
기술주 랠리에 기대이익률 상승...'FOMO'도 한몫
비상장 기술기업들의 몸집 불리기가 한창이다. 올해 기업가치 평가액 100억달러(약 11조8600억원)를 넘긴 '데카콘'(decacorn) 기업 수가 두 배로 늘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신문은 하이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데카콘이 늘고 있는 건 높은 이익률에 대한 기대로 펀드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과도한 평가를 받는 기업들도 있어 과열 우려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데카콘' 30곳...1년 새 2배로
미국 시장조사업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지난 11월 중순 현재 전 세계에서 데카콘 반열에 오른 기업 수는 30개사로 지난해 15곳에서 두 배로 늘었다.
평가액이 10억달러 이상인 기업을 '유니콘'(unicorn)이라고 하는데, 데카콘은 유니콘보다 기업가치를 10배 더 평가받는 기업을 말한다. 기업가치 평가액이 1000억달러 이상이면 '헥토콘'(hectocorn)이라고 한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이달 현재 전 세계 유니콘은 바이트댄스를 선두로 모두 943개사, 총 기업가치 평가액은 3조530억달러에 이른다. 헥토콘은 바이트댄스 외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까지 단 둘뿐이다
데카콘의 시초로는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 평가액이 150억달러에 달한 페이스북(현 메타플랫폼스)이 꼽힌다. 이 회사는 2012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9000억달러로 60배가량 끌어올렸다. 될 만한 스타트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는 이유다.
현재 비상장 기업 가운데 최고 기업 가치를 평가 받는 곳은 동영상 공유앱 틱톡 운영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다. 평가액이 약 1800억달러로 헥토콘이 된 지 오래다.
올해 새로 데카콘이 된 기업 가운데는 미국 하이테크 부문 기업들이 눈에 띈다. 한 예로 협업 관리 앱 개발사인 노션랩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따른 원격근무 수요에 힘입어 지난 10월 유력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 등의 투자를 받아 평가액을 102억달러로 늘렸다.
미국에서는 핀테크업체 브렉스가 123억달러, IPO를 앞두고 있는 소셜미디어 레딧이 1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r/WallStreetBets)를 통해 미국 증시에서 개미(개인투자자) 투자 열풍을 일으키는 데 큰 몫을 한 레딧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유럽과 중국에서도 급성장하는 기업이 늘었다. 온라인 결제, 송금서비스 등을 다루는 영국 핀테크회사 레볼루트는 1년 새 몸값을 55억달러에서 330억달러로 불렸다.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Little Red BooK)는 2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비상장기업은 AI(인공지능) 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로, 평가액이 3500억엔(약 31억달러)에 그쳐 데카콘 리스트에는 오르지 못했다.
◇높은 기대이익률에 'FOMO'까지...과열 우려도
비상장 하이테크 기업에 자금이 몰리는 배경엔 높은 이익률에 대한 기대가 있다. 미국 금융분석업체 야데니리서치에 따르면 뉴욕증시 간판인 S&P500지수 구성종목 가운데 지난 3분기 영업이익률은 정보기술(IT)이 23%로 가장 높았다. 이어 통신서비스가 17%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자본재와 소재는 각각 7%, 12%에 불과했다.
하이테크 주식이 미국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두드러진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도 사모펀드(PEF)와 헤지펀드 자금 유입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FOMO는 혼자만 좋은 기회를 놓칠까봐 갖게 되는 공포다.
과도한 기대에 따른 과열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들은 투자를 늘리면서 재무기반이 취약해지는 경우가 많고, 실력 이상의 평가를 받는 곳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