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게 바로 축산·낙농농가에서 키우는 소다.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인 소가 소화과정에서 방귀와 트림으로 내뿜는 메탄가스 탓이다. 메탄가스는 온실가스로서 강도가 이산화탄소보다 80배나 크다고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가운데 축산·낙농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14.5%에 이른다. 반추동물인 소와 양 등이 뿜어내는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가 문제로 지목되기 일쑤다. 소가 자동차보다 기후변화에 더 치명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기후변화 위기의 주범으로 눈총 받아온 축산·낙농업계는 메탄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마늘 성분 등을 함유한 특수 사료나 소에 씌우는 마스크 등이 개발된 배경이다. 그럼에도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원인 소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인간이 소고기로 대표되는 육류 소비를 줄이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커런트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는 13일(현지시간) '화장실 훈련'으로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독일 라이프니츠 가축생물학 연구소 과학자들이 송아지를 상대로 벌인 소변 가리기 실험 결과가 담겼다.
쇠오줌은 질산염 농도가 높다고 한다. 소가 아무렇게나 오줌을 싸면 토양과 만난 오줌에서 질산염이 분리돼 땅과 수로를 오염시킨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산화질소는 온실가스로서의 잠재력이 이산화탄소보다 300배나 크다.
송아지 화장실 훈련은 아이들에게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송아지가 화장실로 만든 개별 우리에서 오줌을 누는 데 성공하면 먹이로 보상을 주고, 반대로 실패하면 찬물 세례를 주는 식이었다. 연구진은 '무루'(MooLoo)라고 명명한 개별 화장실 우리를 놓고 송아지 16마리로 실험을 했다. 무(moo)는 소의 울음소리인 '음매', 루(loo)는 화장실을 의미한다.
훈련은 성공적이었다. 논문에 따르면 15일간의 훈련 중에 송아지 16마리 가운데 11마리가 20~25번 오줌을 싸는 사이 무루 사용법을 완전히 익혔다. 연구진은 적어도 2~4세 아이들이 배뇨 습관을 들이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이나 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쇠오줌을 무루에 많이 모으는 만큼 이산화질소 배출량과 질산염 침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한 데 모은 쇠오줌에서는 비료의 원료가 되는 질소와 인 등을 추출해 다시 쓸 수도 있다.
무루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한 더글라스 엘리프 오클랜드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쇠오줌을) 10~20%만 모아도 온실가스 배출량과 질산염 침출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며 "우리는 소를 상대로 쉽게 화장실 훈련을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 참가자인 오클랜드대의 린제이 매튜스는 "(훈련 결과는) 송아지들이 제 방광이 얼마나 차고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매우 흥미롭다"고 거들었다. 그만큼 배뇨 훈련을 시키기 수월하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제외된 배변훈련도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쇠똥은 독성 배기가스인 암모니아를 만든다.
뉴질랜드의 낙농업계에서는 이미 무루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오는 2025년 농업부문에 대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