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손주 구독 서비스 스타트업 더메이트 고객인 노인과 젊은 직원이 함께 직은 사진. /사진=미하루
일본 손주 구독 서비스 스타트업 더메이트 고객인 노인과 젊은 직원이 함께 직은 사진. /사진=미하루

손자와 손녀 또래의 젊은이를 파견해 노년층의 생활을 지원하는 '손주 구독'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다.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으로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노인을 위한 장기요양이나 호스피스 서비스와 달리, 젊은 직원이 노인 고객의 친구가 돼주는 서비스다. 최근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손주 구독 서비스의 인기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 밝은 에이지테크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20 세계 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9.3%였다. 선진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3%로 전체 평균의 두 배 이상이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미 10명 중 2명은 노인이라는 얘기다. 

미국 스타트업 파파의 젊은 직원이 노인 가정을 방문해 카드 게임을 함께 하고 있다. /사진=파파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에이지테크(고령자+IT)  산업도 커지고 있다. 고령자를 위한 플랫폼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젊은 직원을 노인 가정에 파견하는 주문형(온디멘드) 서비스는 미국 스타트업 파파(Papa)가 2017년 시작했다. 

파파는 도움이 필요한 노인 가정에 젊은 직원을 파견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이동을 돕거나, 장을 봐서 요리를 함께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병원 진료 예약을 대신해주고, 전등을 갈아주는 등 간단한 집안일도 대신해준다. 노인과의 친근한 관계 설정은 '파파팔(pal)'로 불리는 파파 직원의 주요 임무다. 

미국 IT(정보기술)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파파는 올해 초 기준 전년 대비 600% 성장했다. 지난 4월에는 유명 투자자로부터 6000만달러(약 700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파파 앱 /사진=파파
파파 앱 /사진=파파

일본에서도 손주 구독

일본에서도 파파와 비슷한 서비스가 시작됐다. 스타트업 미하루가 지난해 8월 젊은 직원이 정기적으로 노인 가정을 방문해 친구처럼, 손주처럼 지내는 '더메이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용은 시간당 5000엔(약 5만2800원). 노인에게 스마트폰이나 PC 등 디지털 기기 사용법 등을 알려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용의 30~40%가 직원 몫이다. 아직 창업 초기이지만, 출시 1년 만에 100여건의 계약이 이뤄졌다. 최근 6000만엔(약 6억3400만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일본 스타트업 미하루가 운영하는 고령자 대상 인력 파견 서비스 '더메이트'의 젊은 직원들 /사진=미하루
일본 스타트업 미하루가 운영하는 고령자 대상 인력 파견 서비스 '더메이트'의 젊은 직원들 /사진=미하루

미하루 창업자 아카키 미도카는 대학시절 예절교육 강사였던 모친과 인재컨설팅 회사를 창업한 바 있다. 이후 미디어 회사에 다니다 87세인 자신의 할머니가 압박골절을 당한 것을 계기로 미하루를 창업했다. 누군가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지만, 간호인은 원하지 않는 할머니에게 친구 같은 사람을 붙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아카키 미도카 대표는 "도우미를 파견해주는 서비스를 활용하면 할머니를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할머니는 이를 꺼려했다"며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황에서 전문 돌보미가 오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령자 가정을 방문한 더메이트 직원 /사진=미하루
고령자 가정을 방문한 더메이트 직원 /사진=미하루

그는 이어 "시니어 세대 중에서는 사회와 가족의 짐이 되기 싫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나이는 많지만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간호인보다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장기요양이나 호스피스 같은 단계의 고령자에 대한 지원은 점차 강화되는 반면, 그전 단계 계층에 대한 지원은 충분치 않다. 이 틈새를 더메이트 같은 서비스가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실제로 더메이트 고객 중에서는 광고 전화 차단 방법을 몰라, 착신 거부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만족하거나 유튜브로 오래된 음악을 찾아 듣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미하루는 앞으로 고객관리(CRM) 개발과 기술투자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노인 가정에 직접 방문하면서 쌓는 독특한 데이터가 이를 실현할 바탕이다. 실제로 고객이 어떤 종류의 맥주를 좋아하는지 등의 데이터는 다른 기업은 좀처럼 알 수 없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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