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붐 주도한 패밀리오피스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
전 세계 패밀리오피스 자산 6조달러...헤지펀드 압도
전 세계 초고액자산가(UHNW)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들이 암호화폐 투자를 벼르고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업계보다 훨씬 많은 돈을 굴리는 패밀리오피스들이 암호화폐 투자를 본격화하면 시장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대형은행 골드만삭스가 현재 거래 중인 전 세계 150여개 패밀리오피스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45%가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상승, 저금리 장기화, 지난 1년간의 유례없는 글로벌 통화·재정 부양에 따른 거시경제적 국면 전환"에 대한 헤지(위험회피)를 그 배경으로 제시했다.
15%는 이미 암호화폐에 투자 중이라고 밝혔다.
패밀리오피스들은 암호화폐뿐 아니라 블록체인을 비롯한 디지털장부 기술 등 디지털자산 생태계 전반에도 관심을 보였다. 일련의 기술들이 1990년대의 인터넷만큼이나 효율성과 생산성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패밀리오피스들은 그동안 사모펀드(PEF), 부동산 등에 투자해왔다.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휩쓴 '스팩'(SPAC) 붐을 주도했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인수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로,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게 목적이다. 초저금리 환경에서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스팩 붐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 빌 황이 세운 패밀리오피스 '아케고스'가 투자 실패로 거래 금융사에 막대한 손실을 안긴 '아케고스 사태'가 패밀리오피스들의 투자 다변화를 재촉했다고 지적한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게 이유다.
패밀리오피스는 초고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와 관련해 투자뿐 아니라 가족 사업체 운영, 기부, 상속 등과 관련한 세무·법무 서비스도 제공한다. 골드만삭스의 조사 대상이 된 패밀리오피스의 22%가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한다. 45%는 10억~49억달러를 굴린다.
패밀리오피스는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늘었다. 기술업계에서 억만장자들이 속출해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EY)에 따르면 전 세계 1만여개 패밀리오피스의 절반 이상이 이번 세기에 문을 열었다.
패밀리오피스 정보업체 캠프덴웰스에 따르면 전 세계 패밀리오피스들의 총자산은 6조달러(2019년 기준)에 이른다. 헤지펀드업계 전체 운용액을 압도한다. 바클레이스헤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현재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운용하는 자산은 약 4조725억달러다.
패밀리오피스가 암호화폐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최근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합류로 판이 커진 시장 분위기가 더 달아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