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지는 한국-대만 금융
하나은행 내년 대만 지점 오픈
외화 표시 채권 발행 등 이점
글로벌 기업 집단대출 참여도
대만 자본의 한국 투자도 지속

'별에서 온 그대' 등의 작품으로 중화권과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많은 배우 김수현. 하나은행이 김수현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면서 한때 중화권과 동남아 지역의 김수현 팬들이 하나은행을 통해 환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이 지난달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국내 은행 최초로 '타이베이 지점' 개설 인가를 받았다. 하나은행은 앞으로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 점포 개설을 위한 행정 업무 및 실무 절차를 진행하고, 내년 초 정식으로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이 대만 금융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아름다운 섬'으로 가는 이유

하나은행이 대만 진출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초다. 당시 하나은행 대만 진출을 위한 관련 법규와 금융시장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주무관청을 방문했다. 대만 금융시장에 자리를 잡으면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은 물론 동남아시아 진출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의 긴밀한 경제 관계도 대만 진출의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올해 상반기 한국과 대만의 무역 규모는 231억달러(약 26조5300억원)로 지난해 전체의 64%에 달했다. 변수가 없는 한 올해 양국 무역 규모가 지난해 수준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만 수도 타이베이 도심 야경 /사진=픽사베이
대만 수도 타이베이 도심 야경 /사진=픽사베이

2012년 외환 거래에 강점을 가진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은행은 대만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물론 대만 대기업의 신디케이트론(다수 금융기관의 집단대출)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퉁정장 대만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국 국장은 "하나은행이 대만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은 주로 대만과 한국 간의 무역 때문"이라고 말했다. 

발달한 자본시장

대만의 별칭은 '포모사'다. 포르투갈어로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이다. 대만 채권시장에서 현지 통화인 대만달러가 아닌 외국 통화로 발행되는 채권을 '포모사 본드'라 부른다. 대만의 자본시장 규모는 작지만 발달된 제도와 시스템으로 포모사 본드를 발행하는 회사가 많다. 

미국 전자업체 애플,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미국 통신회사 버라이존 등이 최근 포모사 본드를 발행한 기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집계로는 올 들어 5월 중순까지 포모사 본드 발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늘어난 171억달러(약 19조6400억원)에 달했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사 사옥 모습 /사진=구글지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사 사옥 모습 /사진=구글지도

한국 금융기업도 포모사 본드의 단골손님이다. 올해도 이미 신한카드와 우리카드가 각각 3억달러(약 3445억), 2억달러(약 2297억원)의 포모사 본드를 발행했다.

한국으로 오는 대만 자본

대만 자본도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유안타증권과 유안타저축은행, 푸본현대생명이 대만계 자본이다. 대만 금융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대만 자본의 한국에 대한 익스포져(위험에 노출된 금액)는 2016년 말 1813억대만달러(약 7조4280억)에서 올해 1분기 6376억대만달러(약 26조1224억원)로 3배 이상 늘었다. 

대만의 한 은행 관계자는 "대만이 많은 미국 달러를 보유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은행 간 대출이 많다"며 "한국 대형 금융기관이 국제 시장에서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투자도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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