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비 창업자 상대 소송
싱가포르 고등법원 즉결심판
"미래에셋에 돈 돌려주라" 명령
미래에셋증권이 싱가포르 스타트업 대표에 떼인 돈을 돌려받게 됐다.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1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어니스트비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조엘 쑨이 미래에셋증권에 투자금을 반환하라고 즉결심판했다. 쑨 전 CEO의 잘못이 명확하니 더 재판할 필요도 없이 돈을 돌려주라는 뜻이다.
어니스트비는 2015년 설립된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설립 초기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많은 투자를 끌어모았다. 특히, 조엘 쑨은 자신이 중국 근대화의 아버지 쑨원의 증손자임을 내세워 투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고(故) 구태회 LS그룹 회장의 장손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도 어니스트비의 초장기 투자자였다.
미래에셋증권은 한 헤지펀드의 수탁자로 어니스트비 주식 매입을 위해 쑨 전 CEO에 510만달러(약 58억원)를 건냈다. 돈을 받은 쑨은 주식을 내어주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주택 대출금 상환에 사용했다. 쑨은 "자택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서다.
쑨은 구본웅 대표에게도 잘못을 떠넘겼다. 그는 법원에 진술서에서 "미래에셋에 주식을 양도하지 않은 것은 구 대표"라며 "구 대표가 자신에게 헤지펀드에서 보낸 이메일을 무시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래에셋에 돈을 돌려줄 책임도 구 대표에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쑨의 주장도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구 대표도 "쑨이 (미래에셋증권과의) 주식 매매계약 의무를 회피할 방법을 찾았다"며 "다른 어니스트비 주주와 경영진에 이를 감추기 위해 정교한 계략을 꾸몄다"고 진술했다.
이번 즉결심판을 결정한 싱가포르 법원의 라이시우치우 판사는 "초창기 어니스트비의 급속하고 성공적인 확장으로 조엘 쑨과 구본웅 대표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며 "그들은 회사의 미래와 가치에 비현실적인 견해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에셋에 대한 투자금 반환은 부당하다"는 쑨의 주장을 기각했다.
한편, 어니스티비는 온라인 식료품 쇼핑몰과 음식 배달 서비스 등으로 시작해 오프라인 유통 시장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코로나 사태 등으로 자금난이 심화해 지난해 청산됐다. 한 때 조엘 쑨이 CEO에서 물러나고 구본웅 대표가 CEO를 맡기도 했지만, 회사를 살리지 못했다. 구본웅의 포메이션그룹의 한 펀드도 400억원대 어니스트비 채권을 보유했으며, LS그룹 계열사인 예스코홀딩스는 지분 34.24%를 가진 어니스트비 주요 주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