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분기 4144% 수익률 '유니버사인베스트먼트'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블랙스완 펀드'로 잘 알려진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 '유니버사인베스트먼트'(Universa Investments)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 번지던 지난해 1분기에 간판펀드로 4144%의 수익률을 기록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주요 지표들이 팬데믹 사태가 처음 불거진 그해 3월 일제히 무너진 터라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한 예로 미국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은 지난해 1월 3300선이 넘는 고점(당시 사상 최고치)에서 3월 2200선 저점까지 30% 넘게 추락했다. 같은 달 말 2580선까지 반등했지만, 1분기 전체로는 20%에 이르는 손실을 냈다.

◇테일헤징, 블랙스완 투자 '유니버사'

유니버사는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스피츠네이걸이 2007년 창립했다. 회사 대표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는 이른바 '테일헤징'(tail-hedging), '블랙스완' 투자의 주창자다. 

테일헤징은 '꼬리위험'(tail risk)에 대비하는 전략을 말한다. 꼬리위험은 발생 가능성이 낮고 예측이 어렵지만, 일단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을 줄 수 있는 불안요인을 뜻한다. 

블랙스완 또한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악재를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고한 나심 탈레브의 2007년 저서 제목이 바로 '블랙스완'이다. 수리통계학자인 탈레브는 스피츠네이걸의 뉴욕대 은사다. 둘은 1999년 '임피리카캐피털'(Empirica Capital)이라는 헤지펀드 운용사를 함께 세우기도 했다. 임피리카 역시 꼬리위험·블랙스완을 피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탈레브는 현재 유니버사의 '지명과학고문'(Distinguished Scientific Advisor)으로 스피츠네이걸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유니버사가 사실상 2005년 문을 닫은 임피리카를 계승한 셈이다.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 '유니버사인베스트먼트' 웹사이트 초기화면/사진=해당 사이트 캡처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 '유니버사인베스트먼트' 웹사이트 초기화면/사진=해당 사이트 캡처

◇전술보다 전략, 타이밍보다 장기 성과

유니버사는 시장 침체를 예견하고 단순히 그 시점을 알아맞히는 것보다 잠재적인 위험을 깨닫고 실제로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랜든 야킨 유니버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1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유니버사가 지난해 3월 취한 투자 포지션은 전술적인 것도, 타이밍 지향적인 것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유니버사가 시장 붕괴를 앞두고 취한 포지션은 전부터 비슷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수정구슬'을 갖고 있지 않은데,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라며 "투자포트폴리오에 있는 위험을 알고 이를 관리해야 한다. 그러러면 전술이 아니라 전략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다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전망 아래 투자포지션을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야킨은 유니버사가 특히 더 자랑스러워하는 건 지난 10년간 고객들을 위해 이룬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이라고 했다. 시장이 붕괴했을 때 당장 돋보이는 수익을 내는 것보다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니버사의 간판펀드인 '블랙스완 프로텍션 프로토콜 펀드'(Black Swan Protection Protocol Fund)의 2008~2019년 자본이익률(ROE)은 연간 105.2%에 달했다.

스피츠네이걸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보낸 이메일에서 "어떤 도박꾼이든 시장이 붕괴할 때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은 궁리해낼 수 있지만, 그 전략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장기간의 리스크(위험) 완화 성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최대 리스크...주식 투자자 '진퇴양난' 

야킨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직면하게 될 최대 리스크로 중앙은행들의 통화부양 공세를 들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팬데믹발 경기침체에 맞서 유례없는 수준의 돈을 풀었다는 것이다. 

한 예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장부상 자산은 약 7조9000억달러로 지난해 3월 이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로 그만큼 많은 돈을 풀었다는 얘기다.

야킨은 대규모 부양공세로 인플레이션 위협이 커졌다는 우려에 대해 "우리는 (중앙은행들의 통화부양이) 직접적으로 하이퍼인플레이션(초인플레이션) 또는 일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하는 진영에 있지 않다"고 했다. 대신 그는 중앙은행들의 정책이 그 가능성을 높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야킨은 중앙은행들이 만들어낸 저금리 환경 탓에 투자자들이 더 위험한 자산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위협에 대응하고 증시 붕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주식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게 최대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미 너무 많은 위험을 떠안았다면, 다시 말해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했다면, 자산가격이 이미 너무 오른 만큼 가격 재조정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킨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결국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셈"이라며 "이는 통화정책의 불행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투자자들에게 피해야 했을 리스크를 떠안도록 강요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타이밍 재지 말고 최악에 대비하라

야킨은 투자자들에게 잠재적인 이벤트의 타이밍을 재려고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시장 붕괴 등 특정 시점을 염두에 둔 전술적인 접근은 타이밍이 어긋날 경우 잃을 게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잠재적인 리스크가 현실이 될 경우 최대 손실이 얼마나 될지 잘 가늠하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보다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를 전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위험회피 전략을 택할 때는 파생상품처럼 그 자체로 위험이 큰 수단은 피하라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