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스토어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 개시...이달 말 결론
애플과 에픽게임즈가 다투는 '세기의 소송'이 3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시작된다. 급성장하고 있는 앱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소송이라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 '마이웨이'에 분통...'애플세' 30%가 뇌관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로 승승장구해온 에픽이 보기에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은 부당하기 짝이 없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의 모바일 기기로 포트나이트를 즐기려면 이용자가 '앱스토어'에서 앱을 내려 받아야 한다. 앱스토어는 포트나이트 앱 같은 소프트웨어를 애플의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iOS)에 설치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에픽 입장에서는 앱스토어에 포트나이트 앱을 올려야 하는데, 애플이 일방적으로 정한 정책을 따라야 하는 게 거북할 수밖에 없다.
에픽이 가장 발끈한 부문은 물론 수익과 관계된 것이다. 포트나이트 이용자들은 게임 내 가상화폐 격인 'V벅스'(V-bucks)로 아이템 등을 구매하는데, 애플은 자사 시스템을 통한 앱 내 결제만 허용하면서 결제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를 챙긴다. 팀 스위니 에픽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오래 전부터 애플이 부과하는 수수료, 이른바 '애플세'를 '폭리'라고 비판해왔다.
◇에픽, 우회 결제 업데이트 vs 애플, 포트나이트 퇴출
스위니는 지난해 8월 애플에 최후통첩장을 보냈다. 아이폰용 자체 앱스토어로 수수료 없이 앱 내 결제 수익을 모두 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애플은 단번에 이를 거절했다. 에픽은 지난해 8월 13일 일방적으로 포트나이트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이용자들이 앱스토어를 우회해 직접 V벅스를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V벅스를 직접 사는 이들에게는 할인혜택까지 줬다. 에픽의 포트나이트 업데이트는 애플과 비슷한 앱시장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구글에도 적용됐다.
애플과 구글은 에픽이 업데이트를 단행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퇴출하는 보복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막후에서 한창이던 애플과 에픽의 싸움이 밖으로 드러나게 됐다.
에픽은 구글에 대해서도 소송을 걸었지만, 구글 진영의 안드로이드폰은 구글플레이를 통하지 않고도 포트나이트를 비롯한 앱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소니·구글과도 맞선 에픽...'크로스플레이', '에픽게임즈스토어'
에픽은 전에도 비슷한 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
2017년에는 소니와 붙었다. 에픽은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콘솔게임기인 엑스박스(Xbox)와 닌텐도의 스위치로 직접 포트나이트를 겨룰 수 있도록 한 '크로스플레이'(cross play) 업데이트를 했는데, 소니는 기술적인 이유를 들어 자사 콘솔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을 배제시켰다. 에픽은 그해 가을 간단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플레이스테이션도 크로스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듬해에는 구글과 싸움을 벌였다. 에픽은 당시 구글의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에픽게임즈스토어를 선보였다. 합법적으로 구글의 앱시장(구글플레이)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에픽게임즈스토어는 그러나 2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에픽은 구글이 구글플레이 외부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앱에 반복적인 보안경고 팝업을 띄우는 식으로 불편을 줬다고 비판했다.
◇단호한 애플..."앱스토어 정책은 이용자 위한 것"
애플은 단호한 입장이다. 애플은 에픽의 예상대로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퇴출시켰지만, 처음에는 에픽이 자사 컴퓨터·모바일 기기 OS인 맥과 iOS에 대한 접근마저 막으려 했다. 에픽의 3D 그래픽 게임개발 툴인 '언리얼'(Unreal) 엔진 사업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는 극약처방이었지만, 지난해 법원의 개입으로 무산됐다.
애플은 협상 여지가 더는 없다며 자사 앱스토어 정책은 이용자들의 안전과 보안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수수료가 붙는 자사 시스템을 통한 결제는 이용자들을 금융사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앱스토어로 앱시장을 일원화한 것은 악성 소프트웨어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든든한 에픽 지원군..."애플, 독점금지법 위반" EU도 가세
에픽은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해뒀다. 소송이 제기되자마자 '앱공정성연합'(CAF·Coalition for App Fairness)이 출범했다. 음악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 데이트 앱 틴더의 모회사인 매치그룹 등이 합류했다. 애플을 '공공의 적'으로 삼은 CAF는 애플이 부과하는 수수료 30%에 대해 "애플 매출의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많은 경우 옹호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고 지적했다.
'애플세'에 대한 반감은 정치권에서도 상당하다. 카일 앤디어 애플 최고준법책임자(CCO)는 최근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애플세와 관련해 집중포화를 받았다. 민주당의 에이미 클로부차 상원의원은 애플의 앱스토어는 "말 그대로 독점"이라고 일갈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연합(EU)도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을 문제 삼고 나섰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위원회 경쟁 담당 위원은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방식은 독점금지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막대한 벌금을 예고한 셈이다. 영국 BBC방송은 에픽의 소송 시점이 아주 완벽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에픽 "반독점법 위반" vs 애플 "계약위반"
에픽은 외부 지지에 힘입어 법정에서 애플이 반독점법에 어긋나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성토할 예정이다. 애플은 자사 모바일 기기 앱시장을 앱스토어로 제한한 독점적 사업자로, 다른 선택지가 없는 회사들을 상대로 불공정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애플은 다른 스마트폰업체들의 성공을 근거로 자신은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에픽의 포트나이트 매출에서 자사 모바일 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예상했다.
애플은 에픽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제소에 계약위반 혐의로 에픽을 맞고소했다. 에픽의 일방적인 포트나이트 업데이트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에픽이 이번 소송을 위해 일부러 계약위반이라는 미끼를 던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의 계약위반 혐의 제소에 에픽은 앱스토어 구조상 계약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요한 건 이번 소송이 앱스토어 사업 모델에 대한 것으로, 그 합법성 여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애플, 이겨도 지는 소송?...거세지는 반독점 압력
애플이 이번 소송에서 지면, 앱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고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애플 기기 이용자들은 물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엄청난 변화가 된다. 애플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된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소송에서 이겨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미국 의회와 사법당국, 주요국 경쟁당국의 반독점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WP는 미국 주정부와 연방정부 의회에서도 반독점법을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법무부가 이번 소송 자료 등을 근거로 직접 애플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BBC는 이번 소송 결과가 이달 마지막 주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이 승소해도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을 둘러싼 싸움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