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비롯한 대체(대안)투자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국 월가 대형은행들도 비트코인 베팅에 합류하고 있을 정도다. JP모건은 이달 초 비트코인 목표 가격을 13만달러로 높여 잡기도 했다.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에 가세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트코인은 최근 5만3000~5만4000달러대에서 움직였다.
투자자들이 채권이나 주식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을 넘어 주목하는 대체투자처는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원자재 등에서 최근에는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 토큰)처럼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자산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국 투자업체 커넥션캐피털이 최근 고객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7%가 대체자산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거나, 그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대체투자가 성행하는 이유로 다섯 가지를 들었다.
①변동성
투자자들이 시장 변동성에 지쳤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증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미국 증시의 경우 팬데믹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 11년 강세장에 마침표를 찍더니, 곧 급반등해 S&P500지수는 연간 기준으로 16% 올랐다. 그 사이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등락을 거듭했다.
대체자산은 증시와 상관관계가 낮은 게 특징이다. 금을 비롯한 귀금속은 주가와 무관하게 제 가치를 잃지 않는다. 부동산은 위치와 수급 여건 등에 따라 증시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②증시거품
글로벌 증시가 팬데믹 사태 저점에서 랠리를 이어온 만큼 고평가 우려가 크다. 미국 증시의 경우 다우,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 수준에 있다. S&P500지수의 경우 주가 수준을 반영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 평균치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선호하는 증시과열 가늠자인 '버핏지표'는 뉴욕증시 3대 증시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의 과열 상태임을 나타내고 있다. 버핏지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로 구한다.
문제는 증시를 둘러싼 거품 우려가 크지만, 향후 수익 기대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찰스슈왑은 뉴욕증시 대형주의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7.1%(2020년 4월~2030년 3월)로 역사적 평균치인 10.1%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봤다.
이에 비해 고급 와인의 연평균 수익률은 10~15%쯤 된다고 한다. 미국 농무부(USAD)에 따르면 농지 투자에 따른 수익률은 1991년 이후 연평균 11.5%를 기록했다.
③저금리 환경
저금리 환경은 특히 채권시장의 수익 전망을 어둡게 한다. 미국 국채 수익률(금리)은 현재 물가상승률을 밑돌고 있고, 유럽 일부 선진국의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분산투자의 정석으로 여겨져온 '60대 40' 포트포리오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60대 40 포트폴리오는 투자자산의 60%는 주식에, 나머지 40%는 국채처럼 투자등급이 높은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극적인 장기 수익을 추구하면서 증시가 단기적으로 흔들릴 때는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에서 이익을 취하는 전략이다.
채권의 안전·분산투자처 역할에 의문을 갖게 된 투자자들은 대체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부동산이 대표적이다. 부동산은 주식시장과 상관관계가 낮을 뿐더러 가격 변동성이 낮지만 경기에 따라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④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우려도 대체자산 투자 열기를 북돋는다. 블룸버그가 최근 유력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올해 2분기에 2.9%(전년대비)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점차 낮아져 2022년에는 2.2%에 이른다는 전망인데, 이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안정 목표치 2%를 훌쩍 넘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위협이 일시적이라고 보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인플레이션에 특히 취약한 게 장기 채권이다.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채권이 보장하는 고정수익이 줄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자산이 바로 금이다. 고정불변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이 금을 대신하는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투자처로 농지를 꼽는 이들도 있다. 농작물 가격에는 인플레이션이 반영되는 데다,식량안보상의 필요와 희소성이 농지 가격을 떠받치기 때문이다.
⑤기술진보
기술의 진보도 대체투자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과거의 대체투자는 대형 기관투자가와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다. 초기에 상당한 투자금이 들고 시장이 불투명한 것은 물론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다. 개인이 대체투자에 나서기엔 진입문턱이 너무 높았다.
기술이 소수만 즐기던 대체투자시장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한창인 핀테크 붐을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는 투자플랫폼이 대체자산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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