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GDP의 120%...통화부양·백신 기대감 과열 역풍 우려
글로벌 증시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100조달러를 돌파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맞선 재정·통화부양정책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푼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 정상화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글로벌 시총 100조달러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이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세계 시총이 경제 규모를 넘어선 건 이례적인 일이다.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만만치 않은 이유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글로벌 시총 100조달러...팬데믹 저점의 2배
금융정보업체 퀵팩트셋(Quick FactSet)에 따르면 세계 증시 시총은 전날 현재 100조1872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17% 늘었다. 글로벌 증시가 팬데믹 공포로 폭락한 지난 3월 말(약 59조달러) 이후 급반등하면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말 대비 업종별 시총 증감률을 보면, 소프트웨어 등 기술업종이 57%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전기차(EV)에 대한 기대가 큰 자동차와 게임 등 소비재가 47%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의료 관련 업종 시총도 28% 증가했다.
반면 에너지 등 자원 관련 업종은 감소폭이 17%로 가장 두드러졌다. 팬데믹 사태로 사람은 물론 물류의 이동길이 막히면서 석유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결과다. 투자자 사이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도 에너지 관련주에 역풍으로 작용했다.
대규모 통화완화 조치에 따른 초저금리 기조는 금융권 마진을 쪼그라트려 시총이 5% 줄었다.
나라별로는 첨단기업이 많은 미국과 중국의 시총 증가세가 돋보였다. 미국 증시 시총은 지난해 말보다 21% 늘어 42조달러에 달했고, 중국은 48% 증가하며 9조달러를 돌파했다.
일본과 유럽 증시 시총은 각각 7조달러, 17조달러로 10%, 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총이 10억달러 이상인 개별 종목 가운데는 의료 관련 종목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시총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스위스 제약사 '릴리프세라퓨틱스홀딩'(Relief Therapeutics Holding)으로 올 들어 시총이 635배 증가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호재가 됐다.
미국 판타지스포츠 업체 드래프트킹스(DraftKings)도 80배 늘어 팬데믹 사태로 변한 일상을 반영했다. 판타지스포츠는 인터넷상에서 가상의 스포츠팀을 조합해 벌이는 온라인 게임이다. 팬데믹 사태로 프로 스포츠 경기가 최소되거나 무관중 경기로 바뀌면서 판타지스포츠 수요가 급증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 생명공학업체 노바백스도 시총이 1년 새 60배 늘었다.
시총 세계 1위 기업인 애플도 올해 시총이 65% 증가해 세계 최초로 2조달러를 넘어섰다. 팬데믹 사태 이후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향한 자금 이동은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의 시총을 각각 9배, 2배 늘렸다.
중국 간판 기술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그룹 시총도 각각 56%, 25% 증가했다.
◇시총이 GDP의 120% '이례적'...과열 우려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가 급격히 팽창한 데 따른 과열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명목 GDP는 약 83조달러로 지난해보다 4% 감소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총이 GDP의 120%에 이르는 셈인데,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세계 시총은 GDP를 소폭 밑도는 게 일반적이었다.
GDP 대비 시총 비율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 많은 투자자들이 증시의 과열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주목하는 지표다.
글로벌 증시 상승세와 이에 대한 기대가 중앙은행의 통화부양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낳았다는 지적도 많다. 백신이 보급돼 경제가 정상화하면 중앙은행의 부양의지가 약해지면서 증시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시타 마리 일본 다이와증권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무너졌을 때 건전한 조정에 그칠 수 있을지가 초점"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