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中합작사 반도체 부족에 생산 중단...中 "세계적인 문제, 심각하진 않아"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의 영향에 크게 흔들렸다가 간신히 되살아난 자동차업계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 사태 탓이다.
지난 1분기 급격한 부진을 보였던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최근 바닥을 찍고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자동차시장에서도 수요가 빠르게 살아나면서 토요타, 폭스바겐, BMW 등 다수 굴지 기업들이 중국에 실적 회복 희망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중국자동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1~10월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4.7% 감소한 1969만9000대를 기록했다. 작년보다는 부진한 성적이지만, 1~9월 기준으로는 감소폭을 2.2%포인트나 줄이며 강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중국자동차협회는 11월에도 중국 자동차시장의 회복 흐름이 지속돼 판매량이 전년대비 11.1%, 전달대비로는 6.2% 증가한 273만30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자동차시장에는 최근 다시 '경고음'이 켜졌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심각해져 자동차업계 전반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면서다.
지난 6일 폭스바겐이 반도체 부족 사태를 이유로 중국 내 생산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와 시장 우려가 증폭됐다. 중국 언론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급증한 불확실성이 자동차 전자부품인 반도체 공급량에 타격을 줬다며, 시장 회복세에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급 균형이 완전히 깨졌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의 중국 내 합작사인 이치-폭스바겐은 11월에 들어서며 생산을 중단했고, 상하이자동차-폭스바겐의 생산라인은 지난 4일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자동차 브랜드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에 따르면 올 1~10월 이치-폭스바겐 누적 판매량은 210만9400대로 시장 점유율 10.6%로 중국 내 승용차 제조업체 중 1위를 기록했다. 상하이자동차-폭스바겐의 같은 기간 판매량은 149만대, 시장 점유율 7.5%로 2위다.
반도체 공급 부족 조짐은 올 초부터 엿보였다.
지난 1월 말 중국 내 자동차 공급체인을 이루는 기업들의 생산중단 소식이 잇달아 들려왔고, 이들 대부분은 4월 무렵부터 서서히 공장을 다시 가동했다. 하지만 해외 자동차 공급체인에 속한 기업은 3월에야 공장이 멈추면서 '생산 중단' 시간차가 반도체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자동차 공장 운영 중단은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공급사슬 전체가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지만, 당시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반도체 물량 부족 문제가 회복세를 띠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발목을 다시 잡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급 부족에 따라 반도체 가격도 오름세를 탄 분위기다.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업체인 NXP반도체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생산 부족과 원자재 비용 증가를 이유로 전 라인 제품의 가격 인상을 선언했다. 일본의 대형 반도체 제조업체인 르네사스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원관리IC 등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최근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와 스마트차 생산에 집중하면서 반도체의 중요성도 크게 커졌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스마트키, 자동주차, 엔진과 변속기 컨트롤 시스템, 운전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부분에 활용되고 있다.
◇중국 측 "심각한 상황은 아냐"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업계 전반의 회복세를 무너뜨릴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논란이 된 폭스바겐 측은 보도된 내용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면서 대응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는 했으나 미리 관련 변수에 대비하고 있었다며 차량 구매 고객의 제품 인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추이둥수(崔東樹)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 대표는 "아직까지 반도체 부족이 자동차업계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주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 "게다가 반도체 부족은 중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우려'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단기적인 변수인 데다 기업별 공급체인의 차이에 따라 직면한 압박 정도는 다르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비야디는 "반도체 공급 부족은 엄연한 사실로 비야디 역시 이러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친환경차 전지, 반도체 등 분야의 통합 생산라인을 확보하고 있어 자체 조달이 가능하고 심지어 여분도 있어 외부 공급까지 가능한 상태"라고 자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