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시진핑이 앤트그룹 상장 중지 결정...마윈 금융당국 비판에 분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금융자회사인 앤트그룹의 상장이 돌연 연기된 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중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중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앤트그룹은 당초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와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이달 초 갑자기 상장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다.
상장 연기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이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시 주석이 앤트그룹 상장을 무산시켰다며, 이는 자본과 영향력을 쌓은 민간기업에 대한 시 주석의 인내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 전 회장의 발언은 시 주석에 의한 지배와 중국 공산당 일파가 바라는 안정성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됐다고 덧붙였다.
마 전 회장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 와이탄 금융포럼'에 참석해 강연했다. 그는 당시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 등 중국 고위급 인사가 대거 참석한 자리에서 대담하게 "중국 금융 당국은 '전당포 사상'을 반드시 떨쳐내야만 한다"며 "우리는 기술의 힘을 빌어 빅데이터를 기초로 하는 신용 체계로 전당포 시스템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당포 사상'이란 전통 금융업이 담보·보증이 있어야만 대출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디지털 금융은 빅데이터로 신용등급을 매겨 바로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마 전 회장은 또 정부의 엄격한 규제가 금융 관련 기술 개발을 억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 주석은 마 전 회장의 발언에 대한 보고서를 읽고 분노해 당국에 앤트그룹의 상장을 재검토하고 중지하도록 명령했다고 한다.
앤트그룹은 지난 5일 신규 IPO 사상 역대 최대인 340억달러 이상을 조달할 전망이었지만, 지난 2일 중국 당국이 마 전 회장 등을 소환한 뒤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튿날 앤트그룹의 상장이 무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