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 상하이·홍콩 상장 연기
마윈 개별 면담 후 나온 결정...'미운털' 박혔나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사진=AP·연합뉴스]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사진=AP·연합뉴스]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았던 앤트그룹 상장이 일정을 하루 앞두고 돌연 연기돼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당국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이 당국의 미움을 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앤트그룹은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와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 2일 마윈은 물론 앤트그룹 회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소환해 웨탄(約談, 예약면담)을 가졌다. 그리고 다음 날인 3일 저녁 상하이증권거래소는 돌연 앤트그룹의 과창판 상장을 일시적으로 연기한다는 파격 선언을 했다.

이어 앤트그룹은 4일 홍콩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앤트그룹 회장과 CEO 등의 감독 당국 웨탄과 핀테크 관리·감독 환경 변화 등의 영향으로 상장 조건, 정보 공개 요구사항 등을 충족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홍콩 증시 상장 계획도 당분간 미뤄지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A+H 동시상장'이라는 증권가 초대형 이벤트가 기약 없이 무산된 셈이다. 

앤트그룹 상장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시가총액이 2조1000억위안(약 3130억달러)에 육박, 세계 최대 IPO라는 신기록을 세우게 될 전망이었다. 아울러 앤트그룹은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시총 3088억달러)에 필적할 수 있는 중국의 초대형 금융회사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중국 언론은 전문가 발언 등을 인용해 상장 연기는 순전히 중국 금융 시장 발전을 위한 결정으로 앤트그룹 측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장쯔쉐(張子學) 중국 정법대학 민간상업경제법 대학원 교수는 "앤트그룹 상장 연기 결정은 관련 당국이 인터넷 소액대출 업무 관리 제도를 확실하게 구축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 "이는 증시 투자자의 실질적 이익과 연관된 중요한 부분"이라는 의견을 냈다. 제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거래소가 이에 맞게 앤트그룹 상장을 연기한 것으로 이는 금융 당국의 소임을 다한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마윈 비판 발언 때문? 당국 '군기잡기' 주장도

하지만 외신을 중심으로 상장을 코 앞에 두고 갑작스레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마윈의 최근 발언이 당국의 심기를 거스른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BBC 소속 기자는 "앤트그룹 회장은 앤트그룹이 어떻게 '미래 화폐 혁명'을 이끌었는지 설명했지만 그는 물론 마윈 등 주요 관계자가 그들의 기업이 여전히 중국에 있고 중국 기업의 모든 행동과 결정은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사건의 도화선으로는 지난달 '상하이 와이탄 금융포럼'에 참석했던 마윈의 금융시장 관련 발언이 언급되고 있다. 마윈은 당시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 등 중국 고위급 인사가 대거 참석한 자리에서 대담하게 "중국 금융 당국은 '전당포 사상'을 반드시 떨쳐내야만 한다"라면서 "우리는 기술의 힘을 빌어 빅데이터를 기초로 하는 신용 체계로 전당포 시스템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당포 사상'이란 전통 금융업이 담보·보증이 있어야만 대출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디지털 금융은 빅데이터로 신용등급을 매겨 바로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마윈의 과감한 비판에 정부 당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가 포럼에 참석한 지 1주일 만에 중국 금융 최고 기관인 국무원 산하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핀테크와 금융 혁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으로 금융 발전과 금융 안정, 금융 안보의 관계를 제대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법에 따라 금융활동에 대한 전면적 감독을 전개, 효과적으로 리스크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일 오전에는 은보감회가 당 위원회 회의를 열어 법을 통한 전면적 관리·감독을 강조했고 이날 저녁 주요 금융기관은 마윈 등을 불러 웨탄을 진행함과 동시에 공동으로 '온라인 소액대출 업무 관리 임시방법(의견수렴안)'을 공개, 온라인 소액대출 기관의 레버리지 비율과 관련해 한층 엄격한 잣대를 제시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앤트그룹은 새롭게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중국 당국과 마윈의 불화설은 전에도 불거진 바 있다.

알리바바의 뉴욕 증시 상장 직후인 2015년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이 갑자기 '짝퉁' 문제를 들고 나와 압박을 가하자 마윈이 직접 공상총국을 찾아간 일이 있었다. 2018년 마윈이 돌연 은퇴를 결정한 배경에도 공산당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앤트그룹 IPO 대체 언제..."반년은 지나야"

앤트그룹 회장 주도로 열린 내부 중·고위층 회의에서는 아무리 빨라도 6개월 후에야 다시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당국의 규정 때문이다. '최초 주식공개발행 상장 관리방법' 제39조에 따르면 주식발행 신청이 비준되지 않은 경우 증감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날로부터 6개월 후에 발행인이 다시 주식발행을 신청할 수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앤트그룹 관계자의 한 측근은 징셴둥(井賢棟) 앤트그룹 회장이 그래도 낙관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가 회의에서 "당국이 제시한 기준은 의견 수렴안으로 앤트그룹은 되도록 빨리 해당 방안에서 문제가 된 부분을 조건에 맞게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또한 징 회장은 "이번에 앤트그룹이 모집한 자금은 전략투자자, 알리페이로 투자한 개인투자자 등 모든 투자자에게 돌려줄 예정"이라면서 "나중에 상장을 다시 신청하게 되면 그때 새롭게 자금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은 남다른 비즈니스 모델과 혁신 사업, 잠재력으로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공모주 청약에도 많은 수의 투자자와 자금이 몰려 수백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앤트그룹은 중국 최대 전자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 운용사이자 금융회사로 알리페이 이용 고객은 지불결제뿐 아니라 6000여종의 재테크 상품과 2000여종의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앤트그룹은 중국 최대의 소액대출 플랫폼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6월 30일까지 앤트그룹의 소비형 신용대출 잔액은 1조7300억위안(약 293조3600억원), 영세업체 신용대출 잔액은 420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중국 시총 최대 국유은행인 공상은행의 같은 기간 중국 내 포용적 대출 제공액이 1684억위안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앤트그룹의 위력을 확실히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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