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순환 지원사격에 역대급 소비...반독점 규제에 주가 10%대 폭락

11일 알리바바 티몰 광군제 행사 모습.[사진=연합뉴스]
11일 알리바바 티몰 광군제 행사 모습.[사진=연합뉴스]

중국을 너머 세계인의 쇼핑축제로 거듭난 광군제를 맞아 주요 온라인 쇼핑몰이 또 다시 놀라운 성적을 세우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중국 시장의 막대한 '소비력'을 톡톡히 과시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알리바바 등 주요 플랫폼 업체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분위기는 예전만 못한데다 중국 관영언론이 이들의 선전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소비자의 불만을 언급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톈마오)과 징둥(京東)의 지난 1일 0시부터 11일 자정까지 총 거래량은 각각 4982억 위안(약 83조9000억원), 2715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중국 소비자의 구매욕구는 여전히 왕성하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평가다.

기록 자체는 역대 최고치이나 집계기간이 달라 정확한 비교는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알리바바는 11월 11일 본 행사에 앞서 1~3일을 1차 판매기간으로 정했고 실적은 1~11일까지 열흘 간의 기록을 집계해 공개했다. 

11월 11일 0시0분 26초, 티몰 주문량이 폭주, 1초당 58만300건의 주문량이 몰리는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광군제 행사기간 티몰 거래량 1억위안 돌파 브랜드만 342개로 지난해 11월 11일 광군제 행사 당일 299개를 크게 웃돌았다.

거래액 '1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브랜드로는 애플, 화웨이, 로레알, 에스티 로더, 나이키, 랑콤, 아디다스, 메이디 등이 있으며 이 중 애플과 화웨이, 메이디, 하이얼 등 13개 브랜드 거래액은 10억 위안도 웃돌았다. 올해 티몰 광군제 행사에 참여한 브랜드는 25만개, 참여 업체는 500만개, 할인행사 상품은 지난해의 1.6배에 달하는 1600만개에 달했다.   

라이브 커머스의 활약도 돋보였다. 이번 광군제 행사기간 아디다스와 중국 패션브랜드 보스덩(波司登)의 라이브 커머스 거래액이 1억위안을 넘었고 거래액 1000만위안 돌파 의류·잡화 브랜드가 61개에 육박하며 역대 신기록을 세웠다. 사전 판매기간 타오바오 라이브 커머스 방송 횟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시청 고객 수도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 역시 화려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행사기간 징둥 총 거래량이 2000억위안이 넘었음은 물론 11일 행사 시작 5분간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10배 증가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거래 시작 10분간 3000개가 넘는 브랜드의 거래액이 전년 동비 100% 증가율을 보였다. 징둥 신선식품 거래액은 전년 동비 5배가 증가했다. 

중국 국가우정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중국 전역 우편업체·택배기업이 처리한 물량은 39억6500만개로 이 중 11일 하루 처리량이 전년 동비 26.16% 급증한 6억7500만개로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수입 브랜드 '중국' 공략 집중, 블랙 테크노로지 눈길

수입 브랜드가 이번 광군제 기간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 전자상거래가 중국의 '쌍순환 모델' 구축과 발전에 든든한 조력자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중국은 최근 19차 5중전회에서 '14차 5개년 개발 규획(2021~2025)'을 공개하고 내수를 중심으로 국내외 경제의 순환을 촉진, 지속적 발전을 모색하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이 시점에 막강한 소비력을 과시한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내수와 대외 순환 간의 연결에 큰 힘을 실어줬다는 것. 

지난 1일 광군제 행사가 시작된 지 30분 만에 징둥 헬스케어 분야 수입 브랜드 거래량은 전년 동비 5배가 늘었다. 1일 하루 수입 뷰티 브랜드 거래량은 거의 4배, 수입 식품 거래량은 3배 급증했다. 이는 징둥 인터내셔널에 한정된 통계로 징둥 쇼핑몰 전체 수입 브랜드의 1일 전체 거래액은 전년 동비 220% 훌쩍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전히 글로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은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으로 이에 해외 브랜드 역시 올해 주요 공략지로 중국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군제 기간 막대한 거래량, 이에 따른 택배물량 등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짧은 시간 내 최대한 많은 택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올해 중국 주요 택배업체들이 스마트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등 블랙 테크놀로지 대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

순펑(順豊)택배는 올해 광군제 행사 기간 항공망과 고속철 네트워크를 융합한 새로운 운영모델을 도입, 전체 택배 물량 소화역량을 평소의 2배까지 끌어 올렸고 차이냐오(菜鳥)는 제3세대 무인 창고를 선보여 상품의 저장에서 발송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 물류업계 무인 창고 기술력을 한 단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군제는 '성공', 알리바바는 '울상'

광군제가 중국 시장의 저력을 제대로 과시했지만 신화사는 이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다며 이들 업체와 전자상거래 업계 전반의 문제 개선의 필요성을 꼬집었다. 

신화사는 각 전자상거래 업체가 할인 조건과 절차를 단순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는 했으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할인받는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해가 지날 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으로 저렴하게 사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심지어 어떤 제품은 가격을 높인 후 할인하는 방식으로 판매해 싸지도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신화사는 또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광군제 행사를 하는 목적은 소비자가 좀 더 왕성하게 소비를 하고 '좀비' 고객을 깨우는 동시에 각 브랜드와 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광군제 기간 자신의 주변 지인을 동원, 시간과 공을 들이는 반면 정작 얻는 것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행사가 끝나면 소비자의 불만이 늘고 호감도가 떨어져 잃는 것이 많다는 지적이다. 

사실 최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잇따른 악재로 광군제 '대박'에도 쉽게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앤트그룹이 상장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무산된 데 이어 당국이 규제 강화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앤트그룹은 중국 대표 제3자 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 운영사로 유명한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이다. 시장은 상장이 무산된 것이 마윈이 당국 금융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해 미움을 샀기 때문으로 추정하는 분위기다. 

10일에는 중국 국가시장관리총국이 대형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거래를 규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플랫폼 경제 분야 반독점에 관한 지침' 의견수렴안을 공개했다. 중국 당국이 반독점 규제 지침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불공정 가격, 원가 이하 판매, 한정 거래, 끼워 팔기(부당한 조건 부여)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했다.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지나친 영향력, 지배력 확대 방지를 위한 이러한 규제 조치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평가와 함께 갑작스런 규제가 이번에도 알리바바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광군제 행사에도 불과하고 알리바바 주가는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8.26% 하락한 데 이어 11일 홍콩증시에서도 9.80% 폭락했다. 알리바바는 뉴욕증시와 홍콩증시에 이중 상장돼 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