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경계모드를 아직 풀지 않고 있다.
수도 베이징이 대표적이다. 지난 9월 초에 국제선 운항을 재개한 뒤 6주 만에 방역규제를 오히려 강화했다. 해외에서 들어온 이들은 코로나19 검사를 세 차례 받아야 한다. 종전보다 한 차례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또 정부가 지정한 숙소에 2주간 격리된다.
결국 외국인은 발길을 돌리고, 중국인들은 해외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방역규제를 강화한 게 새 경기부양 전략의 일부라며 이를 '똑똑한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중국 본토에서 해외여행에 나선 중국인이 1억7000만명, 이들이 현지에서 쓴 돈이 2200억달러(약 245조원)에 이르는 만큼, 해외여행길이 사실상 막히면 이 돈이 내수로 돌게 된다는 계산이 가능해서다.
중국인 해외 관광객들은 특히 통 큰 명품소비로 유명하다. 최근 해외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중국 정부와 소매업체들은 이들의 내수 소비를 유도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덕분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최대 쇼핑대목인 광군제(11월 11일)를 맞아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광군제 당일은 물론 지난 1~3일 특별 할인판매에 돌입한 게 주효했다.
지방정부들은 수십억 위안 규모의 쇼핑 바우처로 소비를 자극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하는 조건을 달아 쇼핑과 함께 외식 등 다양한 부가 활동을 유도하는 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중국의 하와이'로 알려진 하이난의 1인당 면세쇼핑 한도를 3만위안에서 10만위안(약 17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 3분기 이 섬의 면세점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30% 증가했다. 화장품, 보석, 시계 같은 고가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내수 소비를 촉진하는 데 적극적인 건 팬데믹 사태에 놀란 중국인들의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중국의 임금상승세는 팬데믹 이전 수준의 70%에 머물러 있고, 다른 지표들도 회복세가 더디다. HSBC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저축은 지난 9월 전년동기대비 13.9% 늘었다. 지난 2년간 평균 저축 증가율 10.4%를 훌쩍 웃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같은 달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3.3% 증가했는데, 이 역시 평소 수준을 밑도는 수치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기 때문에 팬데믹 사태가 중국인들로 하여금 저축을 늘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