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제 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월가는 바이든이 경제팀을 어떻게 꾸릴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팀이 친기업 중도 성향인지 급진적 진보 성향인지에 따라 시장의 명암이 엇갈릴 수 있어서다.
중도 성향 경제팀은 민간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그린뉴딜 같은 대규모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지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진보 성향 경제팀은 공공 의료서비스를 강화하고 대학 학비를 지원하고 최저 임금 인상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로이터 전망에 따르면 진보 색채가 강할수록 금융과 석유 업종은 부담을 받고 청정에너지 관련주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자리를 유지하면서 바이든이 급진 진보 내각을 꾸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아졌다. 입각을 위해선 상원 인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고려할 때 재무장관 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건 중도 성향인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다. 추가 부양책을 포함해 경제 정책의 방향을 주도할 재무장관은 특히 시장의 주목도가 가장 높은 자리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브레이너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마지막으로 지명한 연준 이사다. 확장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파'이며 최근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 부양책을 거듭 촉구해왔다.
보스턴대학의 케빈 갤러거 국제개발정책센터장은 3일(현지시간) 로이터 인터뷰에서 "브레이너드는 유력하고 안전한 카드"라면서 "관건은 그가 바이든측 진보세력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여부"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을 지낸 세라 블룸 래스킨도 현지 언론이 주목하는 재무장관 후보다. 래스킨은 브레이너드보다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로드아일랜드 주지사 지나 레이몬도와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재무장관 하마평에 올랐다.
급진 진보 진영 가운데에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메사추세츠 상원의원이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월가 개혁을 위해 만든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특보를 지내며 '월가의 저승사자'로 통했다. 최근에도 소비자보호 규정 강화, 기술공룡 해체, 월가 개혁, 부자 증세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점점 심화하는 부익부 빈익빈은 미국식 자본주의가 부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며 근본적인 개혁을 필요로 한다는 진보 진영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워런의 반기업적 이미지는 약점이 되고 있다.
영국 주간지 더위크는 5일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측근을 인용해 공화당이 중도 후보에 대해선 바이든에 협조하겠지만 급진 좌파나 보수주의와 논쟁을 벌이는 후보에 대해선 협력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워런과 함께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전 민주당 조지아 주지사 후보,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NSA),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입각 후보자 가운데 상원 인준을 통과하기 어려운 인물로 꼽혔다.
찰스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민주당 급진 좌파가 내각을 장악한다면 규제와 증세 공포가 커질 수 있다"면서 "시장은 그렇지 않은 내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할 것이 확실해지자 뉴욕증시가 환호한 것도 이런 인식과 무관치 않다. 시장은 바이든 정부의 규제 강화와 대규모 증세에 상원이 제동을 걸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로이터는 인프라 패키지를 관장할 교통장관 역시 증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직이라고 짚었다. 바이든은 4년 동안 친환경 인프라에 2조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관련주에 힘을 실어줬다.
페더레이티드에르메스의 스티브 치아바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과감한 인프라 지출 및 전기차나 화석연료 관련 추가 규제가 예상되는 환경에서 교통장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지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초당적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모두 교통장관으로 야당 인사를 임명한 바 있다.
폭스뉴스는 공화당 인물 가운데 바이든 내각에 합류할 수 있는 후보로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 메그 휘트먼 휴렛패커드 전 최고경영자(CEO),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 제프 플레이크 전 애리조나 상원의원 등을 꼽았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위원회(CEA), 국가경제위원회(NEC), 예산관리국(OMB)을 이끌 수장에도 눈길이 쏠린다. 인터넷매체 복스는 바이든 '경제교사'로 불리는 재러드 번스타인 예산정책우선주의센터(CBPP) 선임연구원이 강력한 NEC 위원장 후보라고 전했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총재, 리처드 코드레이 전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국장,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역시 바이든 경제팀에 합류할 수 있는 후보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민주당 진보 의원들 가운데에선 기업인이나 로비스트는 내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