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선 이후 뉴욕증시가 줄곧 상승세다. 그렇다고 이를 '바이든 랠리'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게 월가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정책이 시장에 호의롭지 않은 데다, 시장 곳곳에 똬리 틀고 있는 하방위험이 한둘 아니기 때문이다.

◇美대선은 증시에 역사적 호재...연준 '뒷심'도

블룸버그는 8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뉴욕증시가 상승세를 띠는 건 역사적인 추세라고 지적했다.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이 대선 이후 11월, 12월에 걸쳐 랠리를 이어온 게 2000년 이후 예외없이 이어진 '역사'라는 것이다. 미국 투자회사 로이트홀드그룹에 따르면 S&P500지수는 1986년 이후 이 기간에 평균 18.6% 올랐다.

미국 대선 이후 증시 랠리를 떠받칠 뒷심도 확실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강력한 통화부양 기조로 급선회해 경기와 함께 증시를 뒷받침해왔다. 제로(0)금리 기조, 양적완화(자산매입)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연준은 적어도 2023년까지 제로금리 기조를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견에서 양적완화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증시 붕괴를 막는 기구 역할을 해왔다며, 돈을 푸는 꼭지를 틀어막을 계획이 없음을 재확인했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여전히 맞서고 있지만, 추가 재정부양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세금폭탄' 경보...기업 순익 '반토막' 경고등

문제는 미국 대선과 증시의 역사적 상관관계, 연준의 통화부양을 제외하면 악재가 훨씬 더 많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여전하고, 최근에는 바이러스 감염자가 다시 급격히 늘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의 주가 수준은 과열, 거품붕괴 우려를 낳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바이든이 증시 부양에 일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정책을 폐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마이크 베일리 FBB캐피털파트너스 리서치 책임자는 "(증시 상황이) 바이든에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경제여건이 나쁘고 주가 수준은 높은데, 이는 단기적인 재앙으로 가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증시가 바이든이 언젠가 '세금폭탄'을 떨어뜨릴 것을 기다리며 달걀 위를 걷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세금폭탄'은 바이든이 추진하는 부자·기업 증세를 뜻한다.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트럼프의 감세정책을 표적으로 삼을 태세다. 트럼프는 취임 첫해인 2017년 세제개편의 법인세율 인하 등을 통해 10년간 1조5000억달러 규모의 감세에 나섰다. 

감세라는 선물과 증시 랠리에 대한 트럼프의 강박이 더해지면서 S&P500지수는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55% 뛰었다.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상승폭으로는 역대 4번째라고 한다. 

S&P500 기업들은 트럼프의 세제개편 이듬해부터 3분기 연속 20%가 넘는 순이익 증가세를 뽐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난 뒤 최고의 '깜짝 실적'이었다. 

바이든은 향후 10년에 걸쳐 4조달러 규모의 감세안을 내놨다. 특히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높이려는 데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크다. 바이든의 감세안은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축소될 공산이 크지만, 월가에서는 최악의 경우 S&P500 기업들의 순익이 내년에 반토막 날 수 있다고 본다.

S&P500지수 추이[자료=야후파이낸스]
S&P500지수 추이[자료=야후파이낸스]

◇高밸류에이션·코로나19 재확산도 불안 요인

고공행진하고 있는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저금리 환경이 밸류에이션을 어느 정도 잡아주고 있지만, 9월 말 현재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6배로 대선이 있는 해 같은 시기 평균치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통신은 주가 수준이 이 정도에 달한 뒤 10년간 S&P500지수는 보통 이하인 연평균 5%의 수익밖에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S&P500다우존스의 1936년 이후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팬데믹 사태도 증시를 위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대응에 나설지, 특히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경제를 얼마나 희생시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크리스 개프니 TIAA은행 세계시장 담당 사장은 "투자자들이 의식해야 할 가장 큰 요인이자, 단기적인 수익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는 코로나19"라며 누가 백악관을 차지하든, 추가 재정부양 여부와 관계없이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건 코로나19라고 강조했다.

◇"펀더멘털과 시장 그 자체가 핵심 변수"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는 아직 불안감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S&P500지수는 대선을 치른 지난주 7.3% 올랐고, 기술주 간판인 나스닥100지수는 9.4% 뛰었다. 특히 대선을 치른 날 밤 기준으로 전후 이틀씩 나흘간 S&P500지수는 하루 1% 넘게 올랐다. 역대 4번밖에 없었던 랠리라고 한다.

라이언 데릭 LPL파이낸셜 수석 시장전략가의 분석에 따르면 S&P500지수가 이처럼 이례적인 랠리를 기록한 경우 향후 1년 수익률은 평균 26%에 달했다.

낙관론자들은 백악관과 하원, 상원의 승자가 엇갈리는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 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공화당이 의회에서 강력한 견제에 나서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중도 성향으로 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물론 집권당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원래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P500지수는 누가 권력을 잡든 연간 기준으로 대개 오름세였고, 수익률 또한 비슷했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는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건 결국 경제상황과 시장 그 자체라고 거들었다. 

엘리엇 새비지 YCG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자산 가격이 높은 수준에 있고, 잠재적인 성장세는 약해지고 있는 만큼 수익률이 앞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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