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감회 상하이 과창판 IPO 승인 동의, 11월 초 美 대선 후 상하이·홍콩 동시 상장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 대어' 중국 앤트그룹(구 앤트 파이낸셜)이 최종 관문을 통과하며 상장 초읽기에 돌입했다. 2014년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이 A주에 상장하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하며 "알리페이라도 A주에 상장하길 바란다"라고 말한 지 6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2014년 알리바바는 결국 미국행을 선택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은 중국 대표 전자결제서비스 알리페이(즈푸바오) 운영기업이다. 이번에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할 예정으로 최근 각 당국의 문턱을 잇달아 뛰어 넘으면서 상장 임박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됐다.
중국이 추진하는 증시 개혁의 주요 내용인 주식발행등록제를 적용할 뿐 아니라 A주에 상장하는 초대형 인터넷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과창판은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기술주 중심의 증권거래 시장을 말한다.
중국 증권 당국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이하 증감회)는 21일 저녁(현지시간) 공시를 통해 앤트그룹의 상하이증권거래소 과창판(科創板) 주식발행 등록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과도한 상장 절차로 인한 시간·자원 낭비를 막고 상장 원활화를 촉진하기 위해 주식발행등록제 적용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과창판에서 창업판, 전체 증시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3단계 전략'을 구사 중으로 각 분야 기업 상장을 장려, 직접 자금조달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증감회는 앞서 16일에 앤트그룹에 역외상장 행정허가결정서를 전달했다며 홍콩 증시 상장을 허가했음을 알렸고 20일에는 앤트그룹이 홍콩증권거래소 공청회를 무사히 마쳤다는 소식이 나왔다
앤트그룹은 A주와 H주에 각각 최대 16억7000만주까지 발행할 예정이다. A+H 신주발행 규모는 주식발행 후(그린슈 이전) 총 지분의 11%를 넘지 않는다. 또, 알리페이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저장톈마오기술유한공사(浙江天猫技術有限公司)가 전략투자자로 나서 발행 주식 중 7억3000만주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앤트그룹이 이번 동시 상장으로 350억달러(약 39조8700억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아람코를 넘는 세계 최대 규모로 공상은행 2개, 알리바바 2개가 조달한 자금규모와 맞먹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그도 그럴 것이 앤트그룹은 최근 급부상한 핀테크 분야의 강자로 꼽힌다. 알리페이의 연간 사용자가 10억명이 넘음은 물론 등록된 사업체도 8000만개를 웃돌아 이미 소비자, 사업체, 금융기관, 제3자 서비스 업체, 전략적 파트너와 이 외 다른 기업까지 모두 아우르는 '앤트 생태계'를 형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업은행, 펀드운용사, 보험사, 신탁회사, 증권사 등 앤트그룹의 금융기관 협력 파트너도 2000곳이 넘는다. 이를 바탕으로 앤트그룹은 전자결제서비스 뿐아니라 각종 재테크 상품과 금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혁신해 고객을 유치, 금융기관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에 핀테크 플랫폼 관련 매출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해와 올 상반기 디지털 핀테크 플랫폼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6.20%, 63.39%를 기록했다.
전체 기업 성장세도 아주 거세다. 앤트그룹 주식모집설명서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앤트그룹의 매출은 1182억위안(약 20조1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56% 증가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비 무려 74.28% 급증한 695억4900만 위안으로 전체 이익률이 지난해 48.13%에서 올 1~3분기 58.84%로 크게 증가했다.
앤트그룹의 상장일은 미국 대선이 끝난 뒤인 11월 초가 될 전망이다.
알리바바의 경우 2019년 11월 12일에 홍콩 거래소 공청회를 통과하고 사흘 뒤인 15일에 공모주 청약을 시작, 청약이 모두 끝난 후인 11월 26일에 상장했다. 알리바바가 100% 전자 청약방식을 사용해 발행가 결정부터 상장까지 소모된 시간인 4일로 평균 소모기간 보다 하루 빨랐다는 점과 앤트그룹은 A주와 H주에 동시 상장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앤트그룹의 공모주 청약 마무리 후 상장까지는 6일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알리바바보다는 상장까지 며칠 더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중국 증시 문턱에 낮아진 것을 기회로 홍콩 거래소 재상장에 성공했다.
과창반 상장도 기본 절차에 따라 23일 1차적인 가격 조정에 돌입한 후 26일에 발행가와 전략투자자 최종 주식 배분량과 비율을 결정하고 29일에 앤트그룹 신주 온·오프라인 청약에 돌입할 예정이다. 과창판 앤트그룹 코드번호는 '688688'로 확정됐다.
◇ 앤트그룹 등장, A주 '하이테크' 바람 불까
앤트그룹의 상장은 중국 A주가 맞이한 첫 거물급 IT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거물급 IT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주식 상승 흐름을 이끄는 것은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에서도 소위 FAAMG(페이스북·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이 미국 증시 불마켓의 주요 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미국 증시 시총 10위 기업 중 7곳이 FAAMG를 포함한 하이테크 기업이며 홍콩 시총 10위권 기업 중에는 알리바바, 텐센트 등 4곳이 하이테크 기업이다. 하지만 A주 시총 10위권에 하이테크 기업은 지금까지 단 하나도 없었다. 앤트그룹의 등장이 A주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쉽게 말해 앤트그룹이 중국판 FAAMG 등장의 첫 시작을 알린 셈이다. 이에 이제부터 A주 투자자도 중국 인터넷 산업 발전의 수혜를 제대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