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사진=A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사진=AP·연합뉴스]

미국 월가에서 다음주 개막하는 3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를 높여 잡고 있다.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두 자릿수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대로지만, 월가에서 미국 기업들에 대한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나선 건 2년여 만에 처음이다.

문제는 3분기 실적이 어느 정도 개선돼도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와 미국 대선(11월 3일), 미국 정치권의 추가 재정부양 갈등을 둘러싼 불확실성 탓이다.

맘타 바드카 파이낸셜타임스(FT) 미국 속보 편집장은 10일(현지시간) 쓴 칼럼에서 "투자자들이 미국 3분기 실적의 턴어라운드(개선) 조짐을 찾고 있다"며 애널리스트들이 전망치를 높이고 있지만, 코로나19와 재정부양에 대한 의문이 투자심리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25.3%→-21%'...경제지표 개선에 순익전망도 상향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들의 3분기 총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 초여름에 예상한 -25.3%는 물론 -32%에 달했던 2분기 실적보다 개선된 것이다.

월가에서 당초 예상한 3분기 실적은 지나친 비관론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 경제지표들이 개선되면서 비관론의 수위가 낮아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의 경기전망이 다소 밝아진 데다, 미국 소매지출은 지난 8월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미국 미시간대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매지출과 소비자심리지수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핵심 부문인 소비의 강도를 반영하는 지표들이다.

[자료=미시간대]
[자료=미시간대]

◇밸류에이션 정당화할 실적개선...기술주 촉각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경제지표들의 개선 흐름이 기업 실적 전망에 반영돼 역대급 증시 회복세가 띄어올린 밸류에이션(주가수준)을 떠받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S&P500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공포로 지난 3월 폭락한 뒤 급반등하다 지난달 4% 가까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향후 1년 예상 순익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21.6배에 달한다. 주가 수준이 역사적 평균치(PER 약 16배)를 훌쩍 웃돌고 있다는 얘기다.

제프 클라인톱 찰스슈왑 수석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며 주가를 떠받치려면, 3분기 어닝시즌에 기업들이 실물경제와 함께 회복하고 있다는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번 어닝시즌에 어느 정도 나아진 3분기 실적이나 4분기 실적 전망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시장에서는 특히 기술주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나 'MAGAT'(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애플·테슬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 3월 이후 증시의 랠리를 주도하며 각광받았지만, 최근에는 과열 우려 속에 반락을 이끌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이 이미 높을 대로 높아진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봉쇄(록다운)가 한창일 때는 다른 업종보다 타격을 덜 받거나 오히려 반사이익을 본 이들이지만, 팬데믹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다른 업종 기업들이 회복세를 띠면 성장세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월가에서는 기술기업들이 3분기에 상대적으로 나은 성적을 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술기업들의 3분기 총 순익이 1년 전보다 2.7% 감소하는 데 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S&P500지수 내 11개 주요 업종 가운데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 된다.

[자료=블룸버그]
[자료=블룸버그]

◇美대선·재정부양·코로나19 불확실성이 발목

바드카 편집장은 이런 낙관적인 관측에도 불구하고 3분기 어닝시즌 중반에 예정된 미국 대선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여부, 미국의 추가 재정부양책 규모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장악할 공산이 더 크다고 봤다.

그는 특히 미국 정치권이 다투고 있는 추가 재정부양에 대한 불확실성이 S&P500 기업들의 내년 실적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는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26%에 이를 것으로 보는데, 재정부양이 필요한 규모로 제때 이뤄질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재정부양책의 혜택이 끝나면서 미국에서는 이미 수백만명이 감원 바람에 직면했다. 지난주에만 디즈니, 엑손모빌, 올스테이트(보험사) 같은 미국 기업들이 수만명 규모의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댄 스즈키 리처드번스타인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CIO) 대리는 미국의 재정부양이 다른 나라들보다 현저하게 더딜 경우 미국의 상대적 성장률이 어찌 될지, 기업들은 이에 대해 뭐라고 할지 보는 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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