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논의가 시장에서도 활발하다. 코로나19 쇼크가 아직 가시지 않은 마당에 '코로나 이후'를 이야기하는 게 성급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은 관련 정보에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갑부들의 자산관리로 유명한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UBS GWM)가 최근 제시한 '포스트 코로나 시나리오'를 소개한다.
23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마크 해펠 UBS GWM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낸 시나리오는 낙관론(upside), 중립론(central), 비관론(downside) 3가지다. 변동성이 큰 글로벌 증시 중소형주에서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사태 흐름에 따른 투자 포지션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
①업사이드..."경기민감주·가치주 뜨고 달러 지고"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이 취한 록다운(봉쇄) 조치가 5~6월에 걸쳐 완화되고, 더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차단되면서 경제가 곧 정상화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보면 된다.
해펠은 "이 경우, 경기민감주와 가치주를 비롯해 그동안 시장평균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낸 시장 일부가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같은 초과 성과가 전면적으로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독일 등 유로존 산업업종이, 미국에서는 가계소비 반등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중소형주가 특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펠은 경기가 다시 활력을 얻으면 투자자들이 가치주도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에너지 관련주와 영국 주식 등이 두각을 보일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그는 낙관론 아래서는 달러가 평가절하되기 쉬운 만큼 달러 약세 전망 아래 영국 파운드화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②중립..."연말까지 두고 봐야, 채권시장 주목"
해펠이 가장 무게를 둔 시나리오는 경제활동이 5~6월에 정상화하더라도, 경제가 연말까지 제 기능을 완전히 되찾지 못하는 경우다.
그는 이 경우 미국 투자적격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LQD와 하이일드(투기등급) 회사채, 달러 표시 신흥시장 국채, 그린본드 등 신용시장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장기적으로는 원격의료, 유전자치료, 자동화, 로봇공학 등의 분야도 투자전망이 밝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③다운사이드..."수요붕괴 지속, 안전자산 쏠림"
최악의 시나리오는 소비수요 붕괴사태가 내년 봄까지 이어지는 경우다. 바이러스 재확산에 미·중 갈등이 겹치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더 연장될 수도 있다.
해펠은 수요붕괴가 내년 봄까지 지속되면 단기간에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 닥칠 수 있다고 봤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점점 낮아지는 현상이다. 심해지면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꺾이는 디플레이션이 된다. 디플레이션은 일본의 장기불황 배경이 됐다.
해펠에 따르면 시장은 이미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단기간의 디스인플레이션 뒤에 인플레이션 조짐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물가연동국채(TIPS)로 초과수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안전자산 가운데 하나인 TIPS는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위험회피(헤지) 수단이다.
해펠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투자자들이 어쩔 수 없이 안전자산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이 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도 랠리를 펼치기 쉽고, 변동성 장세에서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위해 헤지펀드 등을 찾는 투자자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