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하를 시작으로 주요국이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세계 경제를 구하기 위한 공동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연준 0.5%P 금리인하...G7 코로나19 대응 공동전선

연준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1.00~1.25%로 내려갔다.

연준의 이날 금리인하는 이례적인 것이다. 오는 17~18에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앞선 결정이라는 점이 그렇다. 또한 인하폭이 평상시(0.25%포인트)의 2배나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금리인하다. 연준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연준을 시작으로 주요국의 금리인하도 잇따를 전망이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날 연준의 금리인하 결정에 앞서 가진 콘퍼런스콜 뒤에 낸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고, 하방위험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모든 적절한 정책 수단을 다 사용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모든 적절한 정책 수단'에는 중앙은행의 통화완화(금리인하, 양적완화), 정부의 재정확대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이 긴급 금리인하에 나선 만큼 다른 주요국들도 뒤따를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의 결정은 전세계 다른 중앙은행의 완화 물결에 대한 전조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다른 중앙은행과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책공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미 20여곳의 신흥국이 올 들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은 물론 캐나다, 영국, 호주 등도 금리인하 행진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주 중앙은행은 이날 연준의 결정에 앞서 기준금리를 0.75%에서 0.50%로 낮추고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이미 '제로금리', '마이너스 금리' 상태라 금리인하 여지가 없지만, 시중 자산을 매입해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통화완화에 나설 수 있다.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높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이날 금리인하 소식에도 3% 가까이 폭락하고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는 등 공포감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2분기 중에 0.50%포인트 수준의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MF·WB도 코로나19 대응 '총력전' 예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도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총력전을 통해 코로나19의 역풍을 차단하겠다고 나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전날 공동성명에서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저소득국가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긴급 대출, 정책 조언, 기술 지원을 비롯해 최대한 활용 가능한 수단들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WB는 이날 코로나19로 고전하는 개발도상국들을 돕기 위해 120억달러의 긴급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맬패스 총재는 "요지는 빨리 움직이는 것이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속도가 필요하다"며 "훨씬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필요한 만큼 자원을 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 전망치보다 0.5%포인트 낮은 2.4%로 제시하면서 최악의 경우 1.5%로 추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韓銀도 '신중론' 접을 듯...다음달 금리인하 유력

신중론을 고수하며 지난달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도 다음달에는 금리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뒤 가진 회견에서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긴 하지만 현재 임시 금통위까지 염두에 두거나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여부를 좀 더 살펴봐야 하고, 금리조정보다는 피해업종을 선별 지원하는 미시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당시 금리동결 이유였다. 주택시장·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이슈도 동결 요인의 하나였다.

그러나 연준이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선제적인 금리인하에 나선 만큼 한은이 4월 9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1.25%)보다 더 낮아지면서 금리역전 현상이 해소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금리인하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를 덜게 됐기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선제 대응보다 코로나19 사태 추이와 다른 주요국의 통화정책 결정을 보고 움직일 것으로 판단됐다"며 "당초 예상대로 4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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