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이니까 그렇게(화해) 해야죠"
이는 지난 1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개인적으로는' 화해할 의향이 있다고 한 말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겉으로' 화해의 움직임을 보인 데 따라 다시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형인 신 전 부회장의 화해에는 조건이 달렸고, 동생인 신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화해 언급으로 갈등이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4일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족이니까 그렇게 (화해를) 해야죠"라고 말했다. 이어 신 회장은 "제가 지분을 70~100%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언제든지 주총에 돌아와서 본인 비전, 실적, 전략 말씀하시고 기존 이사진 등으로부터 신뢰받으면 좋지 않습니까"라고 강조했다.
개인간 화해할 용의는 있지만, 경영권 문제는 자신의 결정권 밖에 있는 문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동생인 신 회장이 화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최근 신 전 부회장이 지난해 꾸준히 '화해의 기본 방침'이라는 편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해당 편지에는 경영권 분쟁을 멈추고 멈추고, 일본 롯데 홀딩스가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를 해소하도록 한국 롯데를 일본으로부터 독립시킨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일본 롯데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일본에서 분리된 형태로 신동빈 회장이 각각 맡는 구조로 이어가자는 것이 골자다.
신 전 부회장은 "동빈에게 큰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고, 한국 롯데를 동빈의 책임 하에 독립시켜 한·일 롯데가 양립하는 구조, 상호 간섭하는 일이 없는 조직 구조로 만든다는 것"이라며 "화해안이 실현되면 동빈이 지금 이상으로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싹을 없애게 돼 한국과 일본의 직원들이 안심하고 롯데그룹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롯데그룹이 자본관계상 일본 경영진의 영향력을 받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와 한국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겉으로는 화해의 움직임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경쟁을 이어가 고 있는 것이다.
편지 내용이 알려진 이후 신 회장 측(롯데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화해시도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시도 자체를 홍보용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번 움직임으로 두 형제의 대화가 원점으로 돌아온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애초에 두 형제의 경영권 다툼 촉발 원인은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있었다.
지배구조상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최정점은 호텔롯데이며, 이 호텔롯데 최대주주가 일본롯데홀딩스다.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가 28%, 종업원지주회가 27%, 임원지주회가 6%, 관계사가 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최대주주다. 이런 상황에서 신격호 명예회장이 롯데 지배구조와 후계구도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채 건강이 악화하면서 2015년부터 본격적인 다툼이 시작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이 한국 롯데를 분리시키자고 주장하는 것은 다시 분쟁의 시발점으로 되돌아 간 것과 다름 없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화해편지'는 사실상 차·포가 떼인 상황에서 경영권에 복귀하기 위한 마지막 수를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 측은 "그간 고령의 아버지를 앞세워 각종 계약서, 위임장 등을 작성하며 경영권분쟁을 촉발시킨 분"이라면서 사실상 화해를 거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