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익재단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수익의 발생은 어떻고 부당지원이나 사익편취는 없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일단 공익재단의 정의와 기업별 공익재단 보유 상황부터 점검할 계획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신설된 기업집단국이 당분간 공익재단 실태조사에 주력할 것이라고 지난 2일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곧 재벌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왜 하필 공익재단일까. 공익재단은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추구가 아닌 교육, 사회복지, 문화, 환경 등 공익사업수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을 말한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 역시 각 사의 기부금 등을 바탕으로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공익재단에 출연 또는 기부하는 재산은 상속·증여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문제는 지배주주가 조세 회피나 기업지배 수단으로 공익재단을 활용하는 경우다. 본래 주인이 없는 게 공익재단이지만, 사실상 최대 출연자가 주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중 다수가 그룹의 지주사 또는 지주사 역할을 하는 중요 계열사다. 즉 공익재단이 의결권을 총수 일가에 우호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 상속·증여세는 내지 않으면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은 강화할 수 있다.
공익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의 용도가 논란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63개 공익재단은 평균 2154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주식 및 출연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7.68%에 달했다. 특히 16개 공익재단은 자산총액 중 주식이 50%를 넘었고 이 중 7곳은 모두 계열사 주식이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의 배당수익은 전체 수입의 18.46%에 불과했다. 금액으로는 이자수익 비중인 13.61보다 높지만, 기부금 등 고유목적사업 수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경제개혁연구소는 "공익사업 재원으로서 수익 창출에 기여하고 있지 않음에도 장기간 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결국 계열사 주식이 공익사업 목적보다는 그룹에 대한 지배권 유지 및 강화를 위한 의미가 크다"고 추정했다.
김상조 위원장 역시 이러한 부분에서 공익재단이 편법승계 등에 악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위의 도마 위에 오른 공익재단은 어떤 곳이 있을까. 아무래도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한 곳들이 이목을 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중간지주사 격인 삼성생명의 지분을 6.85%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이노션 지분 9%를 갖고 있다. 여기에 현대글로비스도 4.46%를 보유 중이다. 이노션 지분은 정몽구 회장이 2015년 7월 무상수증한 것이다.
SK는 행복나눔재단이 행복나래 지분을 5% 갖고 있다. 행복나래는 그룹의 소모성자재 구매대행사인 엠알오코리아였으나 일감몰아주기 의혹 이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됐다. 이후 행복나래는 매년 순이익을 행복자눔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롯데장학재단이 기존 롯데제과 지분으로 롯데지주의 지분 8.69%를 보유하게 됐다. 롯데장학재단은 대홍기획 지분 21%도 갖고 있다.
두산그룹의 두산연강재단과 동대문미래창조재단은 지주사인 두산의 지분을 3.09% 들고 있다. 대림도 지주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을 대림문화재단과 대림학원,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이 4.99%나 보유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은 지주사격인 금호기업의 지분 6.87%를 보유하고 있다.
세아해암학술장학재단과 이운형문화재단은 세아의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와 핵심계열사인 세아제강의 지분을 5%씩 들고 있다. 동부문화재단은 지주사인 동부 지분 5.03%, 지수사격인 동부화재해상보험을 5.59% 보유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복지재단과 이랜드재단이 지주사격인 이랜드월드의 지분을 6.14% 지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