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협회·은행연합회 차기 회장도 관 출신 유력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손해보험협회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참여정부 시절 고위직들이 금융권 요직에 다시 등용되면서 관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보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6일 회의를 열고 김 전 위원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31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찬반 투표를 통해 최종 선임이 확정된다. 15개 회원사의 찬반 투표를 거쳐 이변이 없는 한 53대 손보협회장에 공식 선임될 전망이다.

손보협회장은 LIG손해보험 사장 출신의 장남식 회장이 취임해 민간 협회장 시대를 열었지만, 다시 관료 출신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1989년 박봉환 전 동력자원부 장관이 협회장이 된 이후 장관급으로는 28년 만이다. 보험업계는 힘 있는 ‘장관급’ 인사가 신임 회장으로 오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나 국회를 상대로 업계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전북 정읍 출신으로 용산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행정고시 15회로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과 차관보를 역임한 ‘국제금융통’이다. 이후 관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낸 후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대통령경제보좌관을 거쳐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정책자문단인 ‘10년의 힘 위원회’에 참여해 금융분야 공약 개발을 맡기도 했다. 참여정부와의 인연, 캠프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에 ‘보은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손해보험협회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 / 사진제공: 연합뉴스

손보협회가 차기 회장으로 김 전 위원장을 내정하면서 은행연합회장과 생명보험협회장 등 올해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다른 금융협회장도 관 출신이 맡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손보협회가 장관급 인사로 협회장을 사실상 결정함에 따라 다른 금융협회에서도 ‘격’ 맞추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현재 생명보험협회와 은행연합회가 차기 협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현 생명보험협회장은 12월 8일, 은행연합회장은 다음달 30일에 임기가 만료된다.

생보협회는 오는 11월 초 이사회를 열어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생보협회 회추위는 이사사(社) 대표이사 5명과 관련 학회장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생보협회 이사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동양생명, 흥국생명, DGB생명, AIA생명, 라이나생명 총 9개다.

이사사 몫의 회추위원에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Big)3’ 대표이사에 나머지 이사사 대표이사 중 2명을 추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회추위원장에는 업계 2위사 한화생명의 대표이사인 차남규 사장이 유력하다. 차 사장은 이수창 현 회장 선임 당시에도 회추위원장을 맡았다. 현 회장 임기 일주일 전에 회장을 선출하는 전례에 비춰보면 다음 달 말에 차기 회장이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연합회도 지난 26일 강원 평창에서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논의한 바 있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5~6명이 거론되고 있다. 관료 출신 중에는 김창록 전 총재와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는 가운데 홍재형 전 부총리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김창록 전 총재는 재무부 외환정책과장,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원 부원장, 산은 총재를 지내 현 정부 인사들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용로 전 행장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기업은행장, 외환은행장 등을 지냈다. 홍 전 부총리는 김영삼 정부 때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지냈다. 이후 16, 17, 18대 국회의원을 거쳐 올 1월부터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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