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판매 부진, 통상임금 패소, 올해 임단협 난항 등 '사면초가'에 놓인 기아차가 재도약 발판 마련에 나선다. 구원투수는 '디자인'이다.
2006년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불리던 피터 슈라이어 영입 후 일궈낸 '디자인 경영'의 성과를 재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아차는 BMW M브랜드 총괄 디자이너, 중국 창청기차 디자인 총괄 등을 역임한 피에르 르클레어를 기아차 디자인센터 스타일링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피에르 르클레어 상무는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사장, 윤선호 기아디자인센터장 등과 중장기 디자인 전략과 방향성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또 기아차의 내외장디자인과 컬러, 소재 등 전 영역에서 디자인 혁신에 나선다.
기아차는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을 섭렵한 스타 디자이너의 영입이 디자인 경쟁력과 위상을 격상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피터 슈라이어 사장 영입 후 기아차는 K시리즈를 선보여 디자인 혁신을 이뤄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69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브랜드 가치로는 6조9000억원으로 2006년(9억달러)과 비교하면 7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자동차 브랜드만 놓고 보면 포르쉐(95억달러)에 이은 11위를 기록했다.
이는 기아차의 상품성과 혁신적 브랜드 이미지 구축의 결과다. 특히 '직선의 단순화'가 적용된 신차들이 인기를 끌면서 유럽 등에서 판매가 크게 개선됐다.
이달 말 합류하는 피에르 르클레어 상무에 대해 기아차의 기대가 높은 것은 그가 이뤄낸 파격적인 디자인들이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피에르 르클레어 상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디자인 아트 센터에서 운송디자인학과를 졸업 후 슈퍼카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태리 디자인회사 자가토, 뮌헨의 BMW 디자인 슈튜디오에서 인턴을 경험했다. 이후 포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포드 GT 등의 내외장 디자인에 참여했고 2000년부터는 LA에 있는 BMW 미국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BMW, 미니, 롤스로이스 등 양산차 디자인에 참여했다.
다시 2004년 뮌헨으로 돌아온 그는 BMW의 SUV 모델인 X5(2세대)와 X6(1세대)를 디자인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1년에는 고성능 브랜드인 M의 총괄 디자이너로 승진, M3, M4, X5M, X6M 등을 선보여 스타 디자이너로 거듭났다. 2013년부터는 중국 현지 업체인 창청기차 디자인 총괄로 옮겨 디자인 조직과 프로세스 체계화, 수십 종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올해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선보인 하발 H6 신형 역시 그의 작품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추구해온 피에르 르클레어의 디자인 성향은 기아차 디자인 DNA에 가장 부합한다"며 "전 세계에 판매되는 기아차 디자인의 모든 프로세스에 관여하면서 그동안 그가 쌓아온 디자인 역량을 한껏 쏟아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에르 르클레어 상무는 "그동안 기아차 디자인에 대해 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며 "기아차의 디자인 혁신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