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회장 국내 방문
AI·통신·데이터센터·배터리 등 협력 강화
사법 리스크 해소한 이재용 '뉴삼성' 시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 /사진=각 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 /사진=각 사

인도 출신으로 아시아 내 최고 부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났다. 이번 만남을 통해 삼성과 릴라이언스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사법 리스크를 모두 해소한 이재용 회장이 최근 주요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고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인맥을 기반으로 '뉴삼성'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전날 이재용 회장이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과 회동을 통해 반도체부터 통신, 데이터센터, 배터리 등 미래 사업 분야에 대한 전방위 협력을 논의했다. 이날 서초 사옥에서 열린 저녁 만찬에는 이 회장 외에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과 최주선 삼성SDI 사장, 이준희 삼성 SDS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그룹 사장단이 총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암바니 회장에게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파운드리, AI 데이터센터, 차세대 통신, 미래 디스플레이, 클라우드,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랜트 건설 및 엔지니어링 등 삼성 계열사들의 주요 기술을 소개했다고 전해졌다.

릴라이언스는 인도 최대 기업으로 화학과 유통 중심 기존 사업을 정보통신(ICT) 분야로 확대하면서 사업 구조를 넓혀가고 있다. 삼성 측은 반도체와 통신, 디스플레이, 배터리, 설계·조달·시공(EPC) 등 분야에서 사업 협력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릴라이언스는 최근 인도에 세계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AI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향후 삼성전자와 AI 반도체 및 차세대 네트워크 솔루션 등 분야에서 협력 확대가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으로부터 사업 현황을 소개받은 암바니 회장은 갤럭시XR과 마이크로RGB 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 신기술을 직접 체험해 보기도 했다.

삼성과 릴라이언스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 때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 2012년 인도 최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지오와 4G 네트워크 구축 계약 체결을 계기로 사업 협력을 본격화했다. 2022년 12월에는 5G 무선 접속망 장비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향후 6G 네트워크 장비 공급을 비롯해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ESS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릴라이언스와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회장과 암바니 회장의 만남은 이번이 약 1년 4개월 만이다. 이 회장은 작년 7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암바니 회장 막내 아들 아난트 암바니 결혼식에 참석했다. 이에 앞서 2018년에는 암바니 회장 장녀 이샤 암바니의 결혼식에, 이듬해에는 장남 아카시 암바니의 결혼식에도 참석한 바 있다. 아시아 최대 부호인 암바니 회장의 자녀 결혼식에 모두 초청받은 유일한 한국 기업인인 셈이다.

삼성은 이재용 회장이 오랜 기간 축적한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의 미래 먹거리와 신사업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에는 젠슨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과 만나 AI 팩토리 구축, 차세대 메모리·파운드리 공급, AI-RAN 등 분야에 대한 글로벌 기업 협력 확대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달에는 한국을 방문한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과 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찬을 하면서 AI 등 차세대 기술 기반 모빌리티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 회장은 세계 4위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 존 엘칸 회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엘칸 회장 제의로 스텔란티스 모회사 '엑소르'의 사외이사를 5년간 맡기도 했다.

삼성그룹 내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분야에서도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화이자와 로슈, BMS,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톱티어 제약기업 경영진과 수시로 교류하면서 삼성의 바이오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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