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대출 경쟁 넘어서…앱·언어·생활 서비스까지 외국인 금융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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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H농협은행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외국인 고객이 은행권의 새로운 전략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10월까지만 해도 하나은행의 '외국인 EZ Loan', 신한은행의 'SOL 글로벌론', 농협은행의 'K-외국인신용대출' 등 E·F 비자 근로자를 겨냥한 전용 신용대출 출시가 잇따랐다. 주택담보대출이 6억원, 신용대출이 연소득 이내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내국인 대출 확대가 쉽지 않아 외국인 차주 확보가 대안으로 떠오른 흐름이었다. 그러나 한달 사이 은행권의 외국인 전략은 단일 대출 경쟁에서 다국어 기반 글로벌 플랫폼 경쟁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NH농협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모두 앱과 비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금융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편했다. 단순한 대출 판매를 넘어 계좌 개설, 송금, 상담, 생활 정보까지 아우르는 '생활금융 플랫폼' 구축이 핵심이 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NH올원뱅크를 개편해 외국인 고객을 위한 'NH올원글로벌' 서비스를 새롭게 탑재했다. 앱 가입, 통장 개설, 적금·신용대출 신청, 자동이체, 해외송금, 제신고까지 대부분의 금융기능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지원 언어는 13개로 확대됐다. 더불어 화면 구성을 단순화하고 NH인증서 이체한도를 높이는 등 사용자 편의성도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외국어 상담센터를 통해 우즈베크어와 네팔어 상담을 추가해 총 12개 언어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해외송금, 계좌 개설, 모바일뱅킹 이용 등 대부분의 상담을 제공하며 영업점과 고객 간 실시간 통역도 지원한다. 아울러 AI 음성봇을 활용한 대출 사후 안내 서비스와 외국인 고객 케어서비스를 운영하며 비대면 사후관리 체계도 손질했다.

하나은행은 외국인 전용 앱 'Hana EZ'를 전면 개편했다. 16개국 언어를 지원하며 입국 전 외국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범위를 확장했다. 영업점 방문 없이 주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비대면 금융기능을 강화했고 영문명 등록 서비스, 일요영업점 방문예약과 모바일 번호표 발급 기능 등을 추가해 오프라인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금융 기능 외에도 생활정보를 통합해 '금융+생활' 플랫폼으로 전환한 점이 특징이다.

은행권은 여전히 외국인 대상 신용대출의 '먹튀' 우려를 관리하기 위해 체류기간과 상환 조건을 연계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은행이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을 적용하고 대출 만기가 체류만기일을 넘지 않도록 설정하는 등 리스크 관리 장치를 강화한 것도 변화 없는 기조다. 다만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앱, 상담, 언어 지원 확대로 외국인 고객층을 장기 고객으로 전환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5만명, 이 중 취업 자격을 갖춘 외국인 근로자는 56만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인 금융 수요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언어, 생활, 금융을 아우른 플랫폼 전략을 통해 외국인을 장기 고객으로 유치하는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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