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행원부터 규제 혁신까지…금융판이 통째로 뒤집히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사진=신한은행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진화와 정부의 규제 혁신 기조가 금융 산업 전반의 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은행·핀테크·플랫폼 기업 모두가 AI 기반 서비스, 마이데이터 2.0, 규제 완화 등을 축으로 경쟁과 협력이 뒤섞인 새로운 질서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금융권에서 잇달아 공개된 서비스와 정부 정책 변화는 디지털 금융 전환의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기술 중심의 혁신을 중심축으로 삼으며 AI 기반 업무 방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숙명여대 지점에서 'AI 몰리창구'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예금, 통장·체크카드 재발급, 환전 등 66개 업무를 AI 은행원이 처리하도록 설계한 창구 서비스로 고객이 기존 창구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하도록 구성했다. 신한은행은 9월부터 모바일 번호표 기반의 '이지 체크인(Easy Check-in)' 서비스도 적용해 대기시간 동안 고객 업무 정보를 사전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 역시 내부 운영 전반에 AI를 접목하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AI 개발 지원 플랫폼'을 금융권 최초로 구축해 전사 개발자들이 코드 자동완성, 오류 수정, 표준 코드 기반 개발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이어 이달 초에는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2025년 하반기 우리W세미나'를 열고 KOSPI5000 시대 투자전략과 인공지능 시대의 자산관리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AI 기반 경영체계 전환을 추진하며 고객·직원 양 측면에서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은 AI 기술과 청년 아이디어를 결합한 'NH AI 아이디어 챌린지' 본선과 시상식을 최근 개최했다. 266개 팀이 참여해 AI 자산관리, 시니어 금융, 초개인화 마케팅 등 실무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며 대상팀은 일정을 금융과 연결한 맞춤형 챌린지 서비스 'NH Challender'를 선보였다. 또한 농협은행은 9월, 웹케시와의 업무협약 이후 'NH하나로브랜치'에 AI 에이전트를 탑재한 리뉴얼 버전을 출시하며 기업 자금관리업무에도 음성·대화형 AI 질의응답 기능을 적용했다.

하나은행도 AI 내재화 전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를 직원용 지식챗봇에 적용해 규정·FAQ·전자결재 문서를 종합 분석하는 AI모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직원 업무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고객 응대 품질 역시 개선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조직 전체의 AI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해 'K/THON 25' 프롬프트톤 대회를 개최했고 재무보고서 자동 분석, 고객상담 데이터 가명처리 등 실제 업무 적용 가능한 AI 아이디어들을 발굴해 실무 적용을 준비 중이다. 새마을금고는 내규 및 업무 자료 기반 AI 질의응답 시스템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2026년 본격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AI 행원 도입에서 개발·업무지원, 자산관리, 기업금융까지 전 영역에서 기술 혁신을 앞다퉈 추진하는 가운데 정부의 규제 혁신 흐름도 산업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망분리 규제 완화, 지급결제 제도 개선, 4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추진 등은 금융사의 기술 도입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핀테크 출자 한도 상향(5%→15%) 등으로 금융지주와 핀테크 협력 기반도 넓어졌다. 여기에 AI·클라우드·가상자산 환경을 포괄하는 '디지털금융안전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컴플라이언스 프레임 자체가 재정비되는 과정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AI 개발 지원 플랫폼 구축을 통해 개발 생산성을 높이고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앞으로 전 업무 영역에 인공지능 전환(AX)을 본격 도입해 업무 방식을 혁신하고 고객 중심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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