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대다수 기업 큰 폭의 이익 증가 누릴 것"이라는 가정에 주의 당부
"경제성장 둔화나 시장 낙관론 약화 나타나면 AI 랠리 흔들릴 수 있어"
미국 뉴욕 주식시장이 20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관련주 거품 우려가 지속함에 따라 장중 급락 반전하며 약세로 마감했다.
AI 칩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호실적 발표로 냉랭해졌던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는 듯했으나 이날 오전까지 반짝 강세를 뒷받침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엔비디아는 전날 뉴욕 증시 마감 후 3분기(8∼10월) 매출이 전년 대비 62%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연간 실적전망도 시장의 기대치보다 높게 상향 조정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블랙웰 판매량이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클라우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품절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진 기관투자가 콘퍼런스 콜에서는 "AI 거품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우리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호실적과 황 CEO의 발언에 환호했다.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의 개장 초 주가 상승률은 5%에 달했다.
그러나 상승 랠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전 장중 매수 동력이 눈에 띄게 약해지면서 상승폭을 빠른 속도로 반납했다.
증시 고평가 우려가 되살아나면서 정오 무렵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약세로 하락 반전했다.
AI 열풍은 최근 월스트리트의 사상 최고가 랠리를 이끌며 수조달러 규모의 시장 가치도 만들어냈다.
그러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앞선 1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시장이 이미 기술로부터 나올 수 있는 잠재적 이익 대부분을 가격에 반영했을 수 있다고 썼다.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주요 혁신 붐 동안 과도하게 통합하고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개별 기업이 일정 기간에 놀라운 이익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 기업에 해당하는 사실이 전체에 그대로 적용되진 않는다"고 썼다.
투자자들이 AI 공급망 속의 너무 많은 기업들에 큰 폭의 이익증가를 부여하면 "과도한 총수익 및 총이익 증가가 암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 이익이 계속되리라 가정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초기에 생산성 향상은 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경쟁과 신규 투자로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은 잠식되는 경우가 많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AI 주도 랠리가 과연 거품인지 치열한 논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AI가 미 기업들에 약 8조달러(약 1경1781조6000억원)의 추가 매출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실제 규모가 5조달러에서 19조달러 사이 어디든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익이 어느 기간에 걸쳐 발생하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보고서에는 "이런 이익이 현재 및 예상되는 수준의 투자 지출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하다"고 적혀 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게다가 챗GPT 출시 이후 AI 관련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19조달러 이상 증가했다"며 "이는 시장이 이미 AI의 잠재적 상승 여력 대부분을 반영했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이 미래의 AI 수익을 기대한다면 앞서 이를 가격에 반영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현재의 밸류에이션이 "거시경제 스토리보다 더 앞서 있다"고 적었다.
이어 "경제가 강한 동안 밸류에이션이 높게 유지될 수 있지만 성장둔화나 경기 사이클 반전에 직면하면 투자자들은 결국 대가를 치르곤 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랠리를 거품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시장이 미래의 이익을 가격에 일찍 반영하는 경우가 흔하며 큰 폭의 랠리 이후에도 밸류에이션이 계속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와 AI 투자 붐이 계속 궤도에 오를 경우 시장은 좀더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대규모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과거 버블을 반복할지 저울질하는 가운데 시장은 여전히 과도하게 높아진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긴장하고 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