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 등…기술력 기반 성과 도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플랫폼 기술을 앞세 대규모 수출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키고 있다. 바이오 플랫폼은 특정 신약이나 질환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후보물질·질환·파이프라인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핵심 기반 기술을 뜻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기록한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약 18조1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조100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치로 역대 최대였던 2021년의 13조8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국내 기술수출 급증의 요인으로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만료(LoE) 도래, 빅파마의 R&D 리스크 축소 전략, 금리 인하 기대 등에 따른 바이오 투자심리 회복이 지목되고 있다. 플랫폼 기술은 개발 기간 단축과 후보물질 확장성, 실패 리스크 분산이라는 장점을 동시에 제공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선호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주목을 받은 곳은 이중항체 및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기업 에이비엘바이오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12일 미국 일라이릴리와 BBB 투과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약 3조7500억원, 계약금만 약 585억원에 달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4월에도 영국 GSK와 약 4조원 규모의 동일 플랫폼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한 해 누적 기술수출 금액이 8조원을 넘어섰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 '하이브로자임'(ALT-B4)을 기반으로 기술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올 3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최대 1조9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알테오젠은 MSD, 다이이찌산쿄 등과의 기술 이전 계약까지 포함하면 누적 계약 규모는 약 11조원에 이른다. ALT-B4는 투약시간 단축과 환자 편의성 향상 효과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 기업 리가켐바이오도 플랫폼 경쟁력으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10월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자사 ADC 플랫폼 '콘쥬올' 기반의 패키지 계약을 체결하며 약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달성하면서 누적 계약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섰다. 콘쥬올은 항체와 약물을 균일하게 결합해 정확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로 글로벌 항암제 개발 경쟁에서 핵심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RNA 교정 플랫폼 기업 알지노믹스, 지방간염(MASH) 치료제 기술수출을 준비 중인 디앤디파마텍, 비만치료제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협업을 논의 중인 지투지바이오·일동제약 등이 연내 추가 수출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임상 경험과 신뢰도를 빠르게 축적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추가적인 대형 기술수출 발표가 나와 20조 돌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