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벤츠 회장, 이재용 삼성 회장·LG 주요 계열사 CEO와 잇단 회동
차량 부품 전방위 협력 모색 …배터리 공급 등 논의 가능성
미래 먹거리의 핵심 축으로 전장(자동차 전자·전기 장비)을 택한 삼성과 LG가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시장의 선두주자인 메르세데스-벤츠와의 '미래차 동맹'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벤츠로서도 격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 속에 삼성·LG가 핵심 전장 공급자로 부상한 만큼 양측의 파트너십은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전날 LG, 삼성, HS효성 고위 관계자들과 차례로 만났다.
업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칼레니우스 회장을 '승지원'에 초대한 것에 이목이 쏠렸다. 승지원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활용한 곳이다. 이 회장은 국내외 '귀빈'을 만날 때 승지원을 이용하고 있다.
그는 앞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도 승지원에 초대한 바 있다.
그만큼 이 회장이 칼레니우스 회장을 승지원에 초대한 건 벤츠로 전장 사업을 확대하려는 삼성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2016∼2017년 오디오·전장 회사 하만을 인수하는 등 일찌감치 전장을 핵심 먹거리로 골랐다.
또 2022년 올리버 집세 BMW 회장, 2023년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만나 전장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지난해에는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을, 올해 3월엔 중국에서 레이쥔 샤오미, 왕촨푸 BYD 회장 등을 잇달아 만나며 글로벌 '전장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이날 회동에는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SDI의 최주선 사장과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CEO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은 벤츠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지털 키 등에서 협력 중인데, 이번에 차량용 배터리나 반도체로 협력 관계를 넓히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배터리 분야는 벤츠로서도 한국과의 파트너십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2년간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들의 요인으로 중국산 배터리가 지목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탈(脫)중국'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어 한국산 배터리로의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찾아 LG그룹 주요 계열사 CEO들도 만났다. LG전자 조주완,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LG디스플레이 정철동, LG이노텍 문혁수 등 LG그룹 내 전장 사업을 펼치는 주요 계열사 CEO들이 총출동했다.
LG 측은 "벤츠와 LG의 자동차 부품 사업 역량을 결집한 '원(One) LG' 솔루션 협업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전기차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와 디지털·자동화를 통한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등 벤츠의 비전 실현을 위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안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LG전자는 벤츠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의 핵심 솔루션을 공동 개발했고, LG디스플레이는 2020년부터 차량용 플라스틱(P)-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9월 15조원 규모의 차세대 배터리 계약을 체결하며 벤츠의 핵심 공급사로 올라섰다.
LG이노텍은 이번 회동으로 벤츠와 자율주행센싱 분야 협업을 검토 중이다. 차량용 카메라 모듈, 라이다(LiDAR), 레이더 등을 공급하면 앞서 세운 '2030년 차량 센싱솔루션 매출 2조원' 목표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도 만나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HS효성의 계열사인 HS효성더클래스는 국내 벤츠 공식 판매사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