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빗 "바이비트와 지분 매각 관련 협의는 없었다" 일단 부인
업계 "글로벌 거래소 진출은 현실, '오더북' 문제는 걸림돌 될 것"

사진=코빗
사진=코빗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국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5위 거래소 고팍스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 진출을 결정한 이후, 중국계 거래소 바이비트(Bybit)도 코빗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업계를 통해 전해졌다. 코빗은 국내 거래소 순위 4위다.

1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바이비트는 최근 코빗 경영진과 회동을 갖고 최대주주 NXC(지분 60.5%)와 2대 주주 SK플래닛(31.5%) 중 SK플래닛 보유 지분부터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비트는 2018년 설립된 중국계 가상자산거래소로 글로벌 시장에서 2위다. NXC의 경우 넥슨 창업자인 고(故) 김정주 회장의 유족이 상속세로 지분을 물납한 상황에서 코빗의 의사와 상관없이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 있다. 

코빗측은 일단 "바이비트와 지분 매각 관련 협의는 없었다"며 인수설을 즉각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절차가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 승인을 통해 마무리되면서, 글로벌 거래소들의 한국 진출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주목받는 대목은 '오더북'(Order Boo) 공유 문제다. 오더북은 거래소 내 매수·매도 주문이 매칭되는 구조로 거래 유동성과 가격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다.

글로벌 거래소들은 국내 사용자들이 해외 오더북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유동성을 높이길 원한다. 하지만 현행 국내법상 해외 거래소 오더북과의 직접 연동은 불법 영업으로 현행 국내 규제·자금세탁방지(AML) 체계·실명계좌 규정과 충돌할 여지가 높다.

그러나 오더북 공유 제한과 입법 공백 등 규제 리스크가 여전해 시장 판도까지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은 "국내 이용자 자금이 해외 서버를 경유하는 거래 구조는 자금세탁방지(AML)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글로벌 거래소가 국내 거래소를 인수하더라도 '오더북 공유'가 불가능하면 실질적 시너지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오더북만 열리면 업비트·빗썸 중심의 양강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면서도 "공유가 막혀 있는 현 상황에서는 한국시장의 글로벌 거래소 진출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바이낸스의 고팍스 대주주 지위를 인정한 만큼, 국내 가상자산 산업이 '닫힌시장'에서 '열린 경쟁'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1·2위 거래소가 모두 한국에 들어온다면, 국내 거래소들도 해외 진출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규제가 아니라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시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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