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A리서치 "위험 요인 중 하나가 AI 설비투자 둔화…랠리 반전 예고 신호"
"그 시점 아직 오진 않아…당분간 주식과 채권에 대해 '비중확대' 유지할 것"

사진=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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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뉴욕 주식시장의 강세는 겉보기에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금융정보업체 BCA리서치는 투자자들에게 수년간 이어져온 주가 상승세가 반전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몇몇 신호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CA리서치의 후안 마누엘 코레아 수석 전략가는 3일(현지시간) 투자자들 앞으로 보낸 노트에서 그 시점이 아직 오진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이 여전히 랠리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여러 위험 요인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뚜렷한 경고 신호가 아직까진 보이지 않는다"며 "BCA리서치는 여전히 포트폴리오에서 주식과 채권 비중을 ‘비중확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레아 전략가는 모든 위험 요인을 면밀히 주시하는 가운데 최근 몇 년 동안 증시 랠리의 주요 동력 가운데 하나가 인공지능(AI) 관련 자본지출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런 지출이 줄면 시장은 타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23년 이후 대형 기술주 기업들에서 AI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잇달아 발표돼왔다.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애플은 올해만 3490억달러(약 504조8600억원) 이상을 자본지출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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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코레아 전략가는 기술 기업들의 과도한 지출에 대해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보인다고 전했다.

이것이 향후 자본지출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코레아 전략가는 메타의 최근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하락한 사례와 관련해 투자자들이 메타의 AI 투자 확대 계획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관련 자본지출의 급격한 둔화가 단순히 증시에 재앙일뿐 아니라 미국 경제 전반에도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투자자가 다시 한 번 대형 기술 기업들에 자본배분의 ‘규율’을 요구하게 되면 지출 축소와 함께 AI 사이클이 갑작스레 멈출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AI 분야의 주요 기업들 중 일부의 경우 현금전환율이 떨어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금전환율이란 기업이 투자와 재고를 얼마나 효율성 있게 현금으로 바꾸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그는 일례로 1990년대 후반의 통신주 루슨트를 언급했다. 당시 루슨트는 지금의 엔비디아처럼 ‘닷컴 붐의 하드웨어 중추’로 평가받았다.

거품이 터지기 전 몇 년 동안 루슨트는 공격적으로 ‘벤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판매자 금융)을 제공했다.

벤더 파이낸싱은 물건을 파는 쪽인 공급업체가 물건을 사려는 고객사에 투자하거나 자금을 빌려주고 고객사가 그 돈으로 공급업체의 제품을 사는 것이다.

닷컴 버블 시기 루슨트와 노텔 등 통신장비업체가 대출이나 은행 대출 보증 방식으로 통신사의 인터넷망 확장 등에 자금을 지원하고 자금력이 부족했던 통신사는 이 돈으로 장비를 사들이며 설비 투자에 나섰다.

이런 ‘주고 받기식 거래’로 장비업체의 매출이 급증하는 것처럼 보여 기업 가치가 치솟았다.

그러나 닷컴 버블이 끝나고 통신사가 투자를 줄이거나 도산하자 장비업체는 부실 채권까지 떠안게 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루슨트는 벤더 파이낸싱으로 70억달러가 넘는 대출과 보증을 제공했지만 상당액이 회수 불능에 빠지면서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고통받았다. 노텔은 파산 절차를 밟았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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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아 전략가는 "현재 엔비디아의 재무 상태가 닷컴 버블 직전의 루슨트와는 전혀 다르다"면서도 "다만 엔비디아의 현금전환율이 악화할 경우 AI 분야 고객 기반은 점차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컴퓨팅 및 스토리지 같은 서비스를 엔터프라이즈 규모로 제공할 수 있는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가 아닌 자금력이 부족한 AI 스타트업들로 옮겨가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경제의 전반적 약세 역시 강세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BCA리서치는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기간 동안 경제의 강도를 평가하기 위해 일부 민간 경제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BCA리서치는 아직까지 강세장의 주요 기반이 약화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최근 몇 달간 증시 거품을 둘러싼 논의가 뜨거워지면서 시장의 향후 방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AI 관련 투자와 기술 기업들의 막대한 자본 투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기업의 AI 수익화 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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