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6조 매도…개인 2.4조 순매수로 지수 방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국내 증시가 패닉 장세를 보인 가운데 코스피 지수가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에 힘입어 가까스로 4000선을 사수했다. 코스닥 역시 900선을 회복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AI 대장주들의 실적 대비 고평가 우려가 나오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물량이 유입됐고, 이는 곧바로 국내 시장이 충격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주가 급락에 대해 '단기적인 과열해소'로 추세적인 하락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7.32포인트(-2.85%) 내린 4004.42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24.68포인트(-2.66%) 밀린 901.89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오전 10시 33분 기준 3867.81까지 밀리며 심리적 지지선인 4000선이 무너졌으나 개인의 대규모 순매수로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투자자별로 개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2조4423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6656억원을 각각 순매수하며 하락장에서 방어 역할을 했다. 반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조6350억원, 코스닥에서 6805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1489억원, 442억원어치를 둔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줄줄이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4.10% 떨어진 10만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삼성전자는 7% 이상 밀리며 9만67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으나 개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10만원선을 회복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620억원 순매도 했고, 기관도 1000억원어치를 팔았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3142억원을 순매수 하며 낙폭을 축소했다.
SK하이닉스도 장 초반 8.89% 밀린 53만20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으나 매수세 유입으로 낙폭을 축소하며 1.19% 하락한 57만9000원으로 정규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하이닉스 주식을 1조2000억원어치 순매도 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7750억원, 3670억원어치를 순매수 했다.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1.90%), 현대차(-2.72%)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주가급락에 대해 "팔란티어와 AMD 실적 발표 후 미국 AI 관련주들의 수익성과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나스닥지수가 2%대 급락했다"며 "연준의 12월 인하 불확실성에 따른 달러화 강세 및 원·달러 환율 급등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지난주 이후 신규 호재가 없었고, 그간 지수를 끌어올렸던 외국인들의 차익실현도 지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우려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연구원은 "지금은 주식 매도와 위험관리보다 기술적 지지선과 낙폭 회복 여부를 주시해야 할 때"라며 "정부의 증시 정상화 정책과 기업 이익 전망 등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오늘 같은 급락에 패닉셀링으로 대응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주가 급락에 대해 "이번 하락은 추세전환이 아닌 최근 급등에 따른 단기 과열해소"라며 "AI와 기술주의 중장기 모멘텀이 꺾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가 급락의 발단이 된 팔란티어의 실적에 대해서도 "펀더멘털과 이익 성장은 견조하다"며 "미국 빅테크 주요 기업들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는 30배 내외로 형성돼 있어 주가 부담 또한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